명작의 탄생 - 소설이 끝내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것들
이재은 지음 / 강단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한 권의 소설이 탄생하기까지. 한 작가의 얼마나 많은 노고와 시간이 들어갔을까. 누군가는 소설 한 권을 세상에 나오게 하기 위해 20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 긴 시간이 품은 기억들은 얼마만큼인지. 이 책은 그런 소설을 탄생시킨 작가와의 이야기이다. 저자인 이재은 씨는 월간조선에서 <대한민국 대표 문학상 수상작가>를 인터뷰하게 되었다. 소설 읽기를 좋아하는 그녀는 그 소식을 듣고 나서 정말 기뻤다고 한다. 그리고 19명의 소설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하여 인터뷰를 시작한 이야기를 여기 이 책에 실어 놓았다. 소설가를 만나러 가는 길, 그녀는 설렘과 뿌듯함으로 가슴이 두근거렸으리라.


작가의 소설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작가의 인터뷰가 시작된다. 그 소설이 어떻게 탄생되었는가부터 시작해서, 소설 속 주인공들은 소설가의 성격이 얼마큼 반영된 인물이었는지, 어떤 연유에서 소설의 시작이 만들어졌고, 주인공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소설에 대한 모든 것을 작가와의 인터뷰에 담아놓았다. 여기에 등장하는 소설가는 권지예, 권여선, 정미경, 박상우, 조경란, 김원일, 이문열, 한승원, 박범신, 성석제, 방현석, 정이현, 강영숙, 편혜영, 조성기, 심상대, 이승우, 정영문, 하성란. 이렇게 총 19분이시다. 몇몇 분을 빼고는 정말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작가분들이시다.


그 첫 번째로 등장하는 소설가는 권여선 작가님이시다. 최근에 내가 읽은 <토우의 집>으로 처음 만난 작가이자. 단 한 권의 소설로 내 마음을 빼앗은 작가님.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이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소설에 대한 인터뷰들을 잠깐 들었던 것뿐이었는데도, 그 소설을 내가 읽어본 것 같았다. 소설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꼭 이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 하는 소설가의 작품도 만나보게 되었다.


19분의 소설가들과 인터뷰하는 이재은 씨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들의 수상작 소설들을 다 읽어야 했고, 뿐만 아니라 그 외 작가들의 다른 소설들을 그녀는 다 읽고 인터뷰에 임했으니 말이다. 한 권의 소설이 탄생하기까지 작가들에게는 자기만의 이유가 있었고, 경험이 있었고, 사연이 내재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소설이 더 빛나 보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한 권의 책도 그런 면에서 보면 좋은 소설 한 권이지 않을까?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기쁨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생이란 화려하지도 않고, 더군다나 장엄하지도 않으며, 다만 뱀장어의 몸부림과 같은 격정을 조용히 끓여 내는 것이 아닐까... 스튜 냄비의 밑바닥처럼 뜨거움을 견디고 살아 내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용히 스며들기 때문이다. 신이 조절한 타이머에서 종소리가 날 때까지 말이다. 하긴 꼭 뱀장어 스튜가 아니면 어떤가 삼계탕이나 곰탕, 뭐 이런 것들도 조용히 끓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한 여자가 떠올랐다. (p.30)


모든 통증은 신호를 보낸다. 그만 아프고 낫게 해달라고, 낫고 싶다고. 그럴 때마다 사람은 알약을 먹거나 간접적인 방법으로 치료를 한다. 소설에도 치유와 치료가 있다. 그러자면 책을 읽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지만, 백일기도를 하듯 그것도 '정성'이기 때문이다. 소설가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전해오고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통증이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면 당신은 알약보다 강한 처방전을 알게 된 것이다. (p.149)


청춘은, 그것이 여자든 남자든 빛나고 있지요. 광채가 가득해 보이잖아요. 누군들 그 빛에 대해 욕망을 느끼지 않겠어요. 사람은 누구나 '탄생 이전으로부터 부여받은 슬픔'을 갖고 있어요. 삶의 유한성 말이죠. <은교>는 그걸 쓴 거예요. 욕망은 자연이지, 나쁜 게 아니예요.노인이라고 그게 뭐 다르겠어요 노욕이란 말이 있는데, 잘못된 말이라고 봐요. 그 말속엔 노욕은 나쁘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요. 노욕은 따로 없어요. 그냥 욕망이 있는 거지.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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