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파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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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40여 개국 출간과 2014년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당당히 꿰찬 역시나 보무 당당한 기욤 뮈소의 장편소설. '센트럴 파크'이다. 표지마저 책의 내용을 알기도 전에 기대감을 충족시킨다. 빨간 원피스를 입은 허리 잘록한 웨이브 진 긴 머리를 가지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 그리고 왼손에는 권총을 쥐고 있다. 표지를 보면 예감할 수 있듯이 스릴러 물이다. 기욤 뮈소가 쓴 스릴러 물은 처음 읽는지라 어떨까?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파리 경찰청 소속 강력계 팀장인 알리스는 눈을 떠보니, 숲 속에서 한 남자와 같은 수갑을 낀 채, 벤치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여기서 추측으로 알리스가 표지의 그녀인 줄 알겠다. 그녀는 전날 친구들과 술을 진탕 마시고 난 다음날 집으로 가는 차를 탄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그 이후로는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 것처럼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리고 옆에 있는 이 남자는 누구란 말인가? 그는 자신을 가브리엘이라고 소개하고 미국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라고 한다. 그런데 왜? 그들은 수갑을 함께 낀 채, 그것도 파리가 아닌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 있는 것일까?


첫 장부터 강한 궁금증을 가진 채 읽어 내려간 책은 쉴 틈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보여주었다. 스릴러물을 읽을 때 반전이 거듭되면, 이건, 너무 심하잖아~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책도 있었는데, 기욤 뮈소의 스릴러물은 깜짝 놀랄만한 반전을 보여주어도 상당히 자연스러웠다. 그 이유는 그 안에 사랑과 감동이 포함되어 있어서일까라고 생각된다. 주인공 알리스는 많은 시련을 가지고 있는 여자였다. 부모는 이혼을 하였고, 형제들로부터는 왕따를 당한다. 그녀가 심각한 수술대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어도 형제들은 그녀를 찾지 않았다. 아버지는 비리 경찰로 전략해 감옥을 갔다 왔고, 강력계 팀장인 그녀는 연쇄 살인마를 잡다가 남편과 아기를 잃고 거기에다 심각한 불치병을 앓고 있다.


이렇게 한꺼번에 나쁜 일들이 닥쳐올 수 있을까? 삶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누군가,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도대체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의 일들이 생기는 것이냐고. 하늘을 향해 주먹을 내 보이는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누군가 한 사람은 당신 편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알리스에게도 그녀를 사랑해준 아버지와 직장동료 세이무르가 있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도 그들은 알리스의 곁을 지켜주었고, 모든 불운을 견뎌낸 알리스는 다시 삶을 시작해내기로 결심하게 된다.


기욤 뮈소의 스릴러물,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 준 장편소설로 추천해드리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벌써부터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소설이라고 하는데, 끝까지 긴장감의 끈을 놓치지 않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알리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숨죽여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해드리고 싶다.




우리의 생에는 하나의 문이 열리며 환한 빛 가운데로 나아가게 하는 순간이 있다. 당신의 마음을 굳게 걸어 잠갔던 빗장이 풀리는 순간이 있다. 당신은 무중력 상태에서 두둥실 떠다니는 존재로 거듭난다. 당신의 생은 한동안 장애물이 없는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선택은 분명해지고, 대답이 질문을 대체하고, 두려움은 사랑에게 자리를 내어 준다. 우리의 생에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p.87)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시련이 존재한다. 나는 시련을 다 극복하지는 못 했지만 살아남는다. 과거의 상처가 여전히 나를 질식시키고 있었지만 나를 바닥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지켜주는 사람들 덕분에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폴과 아기가 죽고 나서 내가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는 건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일이 된다. 그 대신 막연하긴 해도 아직 삶이 나에게 원하는 게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자주 든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서서히 다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움트기 시작한다. (p.251)


하루 온종일 힘겨운 치료를 견뎌야 하는 날도 있겠지요. 그럴 때마다 당신은 언제나 당당하고 용감하게 싸움터로 나갈 수 있을 겁니다. 뼛속까지 두렵고 가슴이 조여오더라도 살아야겠다는 집념을 무기 삼아 용기 있게 맞서야 하겠지요. 그럴 때마다 당신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겁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운명과 싸워 얻어낸 이 모든 순간들이야말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들이었다고 말입니다. 아무도 그 소중한 순간들을 당신에게서 빼앗아 갈 수는 없다고 말입니다.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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