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를 사랑한 여자
최복심 지음 / 문이당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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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에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이름을 검색하면, 이 인물을 소개하는 란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온통 의문투성이인 생애

추정된다, 확증은 없다, 진짜 정체를 둘러싼 구구한 주장들, 이라는 문장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인지 셰익스피어에 대한 글들은 정말 넘쳐난다. 그의 희,비극들은 얼마나 많이 응용되었으며, 책들은 이루말할 수 없고, 무대에 오르기를 몇번이나 했는지 우리는 손 꼽을 수 없다. 그리고 여기에 셰익스피어에 들린(신들린것은 아니고, 그정도로까지 그녀의 삶을 가득 채운-) 한 여자가 있다.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는 베로나의 줄리엣의 집을 다녀오고 난 후, 어느 날 셰익스피어의 꿈을 꾸게 된다. 꿈 속에서 녹색과 회색 장정이 된 두꺼운 책 2권을 셰익스피어로 추정되는 인물이 그녀에게 내밀었다. 본인의 기억이 담긴 유물이라며, 소중히 간직하라고 건네주었으며 그에 해당되는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돈이 없다고 대꾸하자, 셰익스피어는, 그러면 책을 가져가는 대신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막무가내로 대답한다. 이 꿈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을까? 그녀는 꿈에서 깨어났고, 그 날 이후 셰익스피어에 들렸다. 그 대가는 어떤 것일까?


총16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각장에 들어서며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의 한 단락들이 먼저 소개된다. 그리고 이어서 주인공 여자 김문영의 일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녀는 출판사에서 일하며 2권의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겪는 직장내 애로사항과 상사들의 불소통으로 인해 힘겨워 하지만 그녀만의 뚝심으로 자신의 길을 당당히 나아간다. 그리고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 선우. 그는 유부남이었지만, 애인으로 그녀를 두었다. 죽을때까지 사랑한다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사랑과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셰익스피어가 꿈 속에서 치뤄야 한다던 대가를, 그녀는 어쩌면 톡톡히 치뤄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사랑을 잃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성격대로 변함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이 책은 뭐랄까. 독특했다. 온통 주인공 여자의 삶에서의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에 관한 것이었고, 거기에 그녀의 일과 사랑이야기를 녹아낸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만나서 반가웠고, 한 여자의 직장내에서의 이야기와 삶과 사랑이야기가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형식의 소설의 특별한 느낌을 주었다. 앞으로 이런 독특한 형식의 소설을 많이 만나보았으면 한다.



 

그가 눈에 생기를 담고 내 질문에 서슴없이 대답했다.

"물론 내 의지는 너와 함께 가는 거야. 하지만 셰익스피어도 인간이 일을 벌이지만 그걸 마무리하는 건 하늘이라고 말했잖아. 한 치 앞의 일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사라고 말했고."

"갑자기 샘 해리스가 쓴 <자유 의지는 없다>가 생각나네요. 우리가 자유 의지대로 어떤 선택을 한다고 믿고 있지만 그 선택은 자유 의지와는 무관하게 결정된다고 해요. 실제로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기 직전에 뇌가 보인 반응을 통해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상할 수 있때요."(p.164)


이상하게 그와는 자꾸만 어긋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를 허용하면서 함께 걸어갈 자신이 없었다. 나는 후회의 감정에 사로잡혀 휘청거렸다. <사랑의 헛수고>에서 "사랑은 이상하게 부담스럽고, 철부지처럼 변덕스럽고, 분별없고, 어리석은 일로 가득 차 있다"라고 나와 있듯이. 하지만 시오노 나나미가 "사랑이 찾아오는 건 신비로운 일이고,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다가오는 사랑은 받아들이라"라고 조언했다. 그를 만난 것도 어쩌면 운명이다.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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