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임 이펙트 -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범죄들
이창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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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아들이 아버지를 폭행하면 아들의 손을 자른다,

유모가 아이를 돌보다 실수로 아이를 사망하게 하면 유모의 유방을 자른다,

부실 공사로 집이 붕괴해 집주인이 사망하면 집을 지은 사람을 사형에 처한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집에 구멍을 내고 침입하면 그 구멍 앞에서 침입자를 사형에 처한 후 그 자리에 매장한다. (p.34)


위 법조항은 함무라비 법전에 실려있는 일부 조항이다. 처벌의 두려움을 극대화해 범죄를 억제하고자 했던 조항이었지만 시대적 한계가 드러나는 체벌 조항이었다. 그런데 위의 네개의 조항을 읽고 나서는 현대 시대에 저 조항을 살린다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 보았다. 사실, 인권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현대의 법은 너무나 가볍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살인을 하거나 성폭행을 하거나 등등, 그 어떤 심각한 일을 피해자에게 가해도 가해자는 살아 있는 것이다. 단 감방에서.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저 위에 조항은 속이 뻥 뚫리는 법 조항이 아니던가? 가만히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가 역사 속에서 영웅이라고 일컫는 사람들을 가만히 생각해 보자. 특히 전쟁 영웅들을 말이다. 저자는 이들을 모두 전쟁 범죄자라고 주장한다. 범죄자! 그들은 옳은 일을 해서 영웅으로 추앙받지만 그들로 인해 많은 목숨을 희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할 것인가? 수백,수천만명의 목숨들이 죽어갔지만 영웅들은 그들의 수많큼이나 높이 칭송되고 있다. 작가는 세계의 역사를 바꾼 것은 이들 범죄자들 때문이라고 한다. 어찌보면 옳은 말이기도 하면서, 그것이 어찌할 수 없는 일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잘못된 인식이 또 다른 전쟁의 시발점으로 작용한다고 일침한다.


사실 역사속에서 이름을 날린 영웅들에게 범죄자라고 말하는 책은 처음이었다. 그들의 범죄가 역사를 움직였다는 이야기. 세계사 속에서 그 범죄자들이 일으킨 전쟁을 소개하고, 어떻게 범죄가 정치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 자세하게 소개해 나간다. 여기서 집중해야 할 점은 세계속에서는 영웅들이 범죄자로 행동해서 역사가 바뀌었지만 현재 자본의 시대는 범죄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범죄가 만들어지고 그것은 정치인들에 의해 묵인된다고. 작가의 범죄에 대한 시선이 날카롭게만 여겨진다. 그리고 자꾸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대로 흘러가는 범죄에 대한 것들을 묵인해야만 하는가. 라는 것에 대하여. 저 함무라비 법전의 조항처럼, 한 사람의 인권보다 다른 사람이 인권을 깡그리 무시한 그들에게 인권을 보호해 줘야 하는 일인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책, 그리 가볍지 않은 묵묵함을 가지고 읽어 내려간 책이 될 것이다. 



범죄에 살인이나 절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범죄는 복잡하고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성자들만 사는 곳에서도 범죄는 필요하다."라는 뒤르켐의 말은 예수와 소크라테스의 재판과 죽음을 통해 그 뜻이 명확해진다. 범죄는 사회를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하나의 동력이기도 하다. 소크라테스, 예수,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같은 '범죄자'가 없었다면 인류 역사는 다른 길을 걸었을 것이다. (p.52)


모든 범죄는 범행 동기와 범행 기회를 동시에 충족할 때 발생한다. 둘 중 하나만 없어도 범죄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른바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박수 이론'이다. 테러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을 상대로 한 대규모 테러는 미국에 대한 분노를 의미한다. 분노는 범행 동기로 연결된다. 범행 기회만 주어진다면 목숨을 바쳐 테러에 나서고자 하는 동기가 강력하게 '코팅'된 잠재적 범죄자들이 줄지어 서 있는 상황이다. 테러범은 확신범이다. 강한 신념으로 무장해 있는 이들에게 형량을 늘리거나 검색을 강화하는 것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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