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홍의 황금시대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추이칭 지음, 정영선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통해서 샤오홍이라는 중국 여성 작가 한명을 알게 되었다. 여성이 자유를 갖기 힘들었던 시대에 태어났지만, 오직 자유만을 추구했던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 30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망한 한 여인. 최근 10월달에 <황금시대>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이 영화도 샤오홍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였다. 탕웨이 주연으로 해서 화제가 되었다고 하는데, 책을 읽고 영화도 함께 이어서 본다면 좋을 것 같다.

 

창소우라는 작은 마을의 지주 집안에서 큰딸로 태어난 샤오홍은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였다. 8살때 생모는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었으며, 생모가 돌아가시고 난 후 재혼을 해서 새엄마가 집에 들어온다. 샤오홍이 오직 사랑을 받았던 단 한사람은 그녀를 끔찍히도 아꼈던 할아버지뿐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사랑으로는 작은 아이에게 부족했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샤오홍은 세상에 자신을 아껴줄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다고 결론 내 버렸다.

 

아버지는 그녀가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 생각해 혼처를 정해주지만, 그녀는 결혼에 관심이 없었다. 그 시대, 마땅히 부모님이 정해주는 혼처로 시집가야 하는 문화였지만, 샤오홍은 아버지의 결정을 거절하고 내내 반항하였다. 그녀는 원하지 않으면 따르지 말라고. 거부하고 싶은면 반항하라고. 거부하는 삶을 살길 원치 않는 이모에게 말한다. 왜 타인에 의해 자신의 삶을 결정해야 하냐고. 이런 용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자유를 갈구하는 마음이 컸던 여자 샤오홍이었다. 결국 아버지는 첫째딸을 족보에서 제명하기까지 이른다.

 

그렇게 그녀는 혼자가 되어 다른 도시로 떠난다. 하지만 부유한 집에서 자랐고, 돈을 벌줄 몰랐던 샤오홍에게 세상은 냉담했다. 혼인을 거부하고 떠난 베이핑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자신의 약혼자인 왕언지아를 만나게 되면서 동거를 시작한다. 그녀가 거부한 결혼의 당사인 남자를 만나서 동거를 하다니, 아이러니하지만 인연이긴 인연인가 싶었다. 21살. 그녀는 임신을 하게 되고, 돈을 구하러 간 왕언지아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후로도 샤오홍은 몇명의 남자를 만나고, 글을 쓰게되고 이름을 알리게 되는데..

 

그녀는 남자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또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들은 그녀를 떠났다. 그리고 다시 사랑했다. 자유를 추구했던 그녀에게서 매력을 느낀 동시에 버거웠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녀가 집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인생은 그토록 파란만장하지 않았겠지만, 작가로서 샤오홍이라는 그녀의 이름은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은 정말 이상한 동물이다. 평소에는 정신이 몸을 이끌지만, 몸에 일단 병마가 찾아오고 나면 정신이 몸에 의해 이끌림을 받기가 쉽다. 병이 갈수록 심해지는 샤오홍의 몸은 극도로 쇠약해졌고, 게다가 얼마 전에는 불길한 꿈까지 꾸었으니.. 그 당시 샤오홍은 끊임없이 다른 누군가의 사랑을 갈구했었다. 가족이든 친구든 아니면 연인의 사랑이든 상관없었다. 그런 것들을 따질 수도 없었다. 그저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기만 하면, 또 그녀가 가까이할 수 있는 사람이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p.252)

 

남자들의 삶에는 두 여인이 있다. 흰 장미와 붉은 장미, 바로 절개를 지키는 아내와 열렬히 사랑하는 애인이다. 아마도 남자들에게는 이러한 두 여인이 있었을 것이다. 붉은 장미를 아내로 맞이하면,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붉은 것은 벽에 묻은 모기 피처럼 변해버리지만, 흰 것은 여전히 침대 머리맡의 밝은 달빛으로 남아 있다. 흰 장미를 아내로 맞이하면, 흰 것은 옷에 묻은 밥풀처럼 되지만 붉은 것은 도리어 마음속에 붉은 반점으로 남는다.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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