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뉴엘 베른하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엠마뉘엘 베르네임 작가의 책 <커플> 한마디로 신선했다. 내가 그동안 접해본 그 누구의 작가보다 독특한 매력을 솔솔 풍기는 글이었다. 이 책의 페이지수는 총 103페이지. 이 짧은 페이지 속에서 책의 내용은, 깔끔함, 차가움, 무뚝뚝함, 고독감, 과 같은 것들을 느낄수 있었다. 이 커플의 연애는 진정 무엇이란 말인가?

한 커플이 만나고 여덟번의 저녁 식사를 가지면서 섹스를 하고, 질투하고 오해하는 이야기이다. 대개 이런 커플의 이야기 속에는 풋풋하고 설레이는, 그리고 달콤한 이런 내용도 분명히 들어 있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글쎄? 책의 표지에서 보여주는 보라색의 색감대로라면, 전혀 그런 것들은 느낄수 없었다. 달콤한 대화는 일언반구도 없었고, 풋풋한 그런 느낌도 전혀 없었다. 그게 뭐야? 뭐 어떤 소설이란 말이야? 라고 어이없다는 말로 의문을 가질 법도 하겠다. 그런 의문 또한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 책의 매력은 바로 그것이니까.

의사인 로익과 사진관을 운영하는 엘렌은 첫 저녁식사를 시작으로 만남을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갖게 된 두번째 식사에서 로익은 그녀의 잇새에 낀 샐러드 조각의 풀을 바라보다 키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다. 샐러드 조각을 뽑아주겠노라며. 하지만 저절로 빠진 샐러드 조각에 키스를 하지 않는다. 3번째 식사는 엘렌이 로익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음식을 준비하고, 술을 준비했지만, 로익은 약속을 취소하고, 엘렌은 준비한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버린다. 그렇게 여덟번까지의 식사를 이어가고 섹스로 이어진다.

현재 내가 이야기한 이 대충의 내용과 소설속에서 받는 느낌은 상당히 다르니, 꼭 책을 읽어보고 어떤 느낌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바란다. 이 커플의 사랑은 분명 우리가 하는 사랑과 같다. 하지만 그 속에서 달콤한 언어들을 싹 빼버리니, 그들이 진정 사랑하기는 한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게 자꾸 만들었다. 두사람이 하고 있는 질투에서 그런 것들을 느낄수 있었으니까. 사랑에 대해 말하지 않으며 단지 사랑을 할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주인공이 상대에게 약간의 설레임을 느끼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던 곳이 있었다. 로익이 엘렌의 집에서 키스를 하고, 당혹감에 점퍼를 두고 가버린 다음날 엘렌은 로익의 점퍼를 입고 출근했을때, 엘렌의 마음은 설레임이 아니었을까? 그가 점퍼를 가지고 올꺼라고 생각했던 그 마음. 말이다. 차근히 생각해 보니, 이 무뚝뚝함이 흐르는 소설 속 공간에서도 분명 그런 설레임이 있었다. 자세히 그들의 연애를 되집어 보면 그런 순간들이 또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소설들과는 분명히 다른 매력을 주는 이 작가의 소설이 나는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너무도 신선했다. 그 신선함을 가지고 이 작가의 다른 소설 <그의 여자>를 읽을 것이다.

 

엘렌의 윗니 사이에 풀, 아니 샐러드 조각이 끼어 있었다. 로익은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는 일부러 말을 시켰다. 그는 그녀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입에 시선을 고정하고 치아를 드러낙게 할 음절이나 미소를 기다렸다. 그녀는 먹고 있었다.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입술을 닦았다. 그는 꼼짝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말을 시작하면서 미소 짓길 기다렸다. 그는 커피 두 잔과 계산서를 부탁했다. 그는 엘렌을 바래다줄 것이다. 그리고 키스할 것이다. (p.11)

 

엘렌은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그가 그녀를 만난 뒤 처음으로 빨간 립스틱을 발랐다. 그건 그가 그녀에게 키스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의 입술 색보다 약간 짙고 약간 반짝거리는 립스틱 때문에 입은 더 커 보이고 치아는 더 하얗게 보였다. 그는 엘렌을 벽으로 밀어붙이고 키스했다. (p.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