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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록 - 조선 최고의 예언서를 둘러싼 미스터리
조완선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초저녁밤 이 책을 잡고서, 졸린 눈을 연신 비벼대면서 새벽3시까지 읽었다.
<비취록>이라는 예언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스테리한 이야기가 줄곧 궁금해서 읽기를 멈추기가 힘들었다. 오랜만에 읽은 미스테리 소설이라서 그런지 더 흥미진진도 했음이다. 조선시대에 <정감록>을 비롯해서 예언서는 상당수였다고 한다. 그리고 <정감록>에 이어 작성된 예언서인 <비취록>은 미스테리함속에 알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는 그런 예언서였다. 이 예언서가 <정감록>처럼 실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소설속에서 탄생한 예언서일까? 아님 정말 실재하는 것일까?
<비취록>은 홍경래의 난을 겪은 사람들이 지은 책으로 과거의 예언서의 중요한 내용들이 실린 책이기도 하지만, 미래의 일을 예언한 글귀들도 상당했다. 필사본은 2권 이상을 허용하지 않는 다는 필두 아래 이 책은 단3권만이 존재한다. 이 책을 중심으로 살인사건이 연거푸 일어나게 되고, 그 중심에 있는 종교단체 보천교 신도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소설속의 일이지만, 실제로 아직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종교단체들이 성행하고 있다. 그들의 믿음은 과연 옳은 것일까?
교수 임용을 앞두고 있는 명준에게 어느날 중절모를 쓴 어리숙한 사내가 진기한 고서를 가지고 있다며 고문서를 감정해달라고 연구실을 찾아온다. 그 책은 <비취록>이었다. 하지만 그 사내는 몇일 후 사체로 발견되고, 쌍백사라고 하는 수상한 스님들이 기거한 절에서 해광 스님의 죽음도 의문스럽다. 계룡산에 위치해 있는 쌍백사에는 스님들이 활을 쏘고, 주지 스님인 형암스님에게서는 기이한 분위기가 풍겨났다. 사체로 발견한 중절모를 쓴 그 사내는 이 쌍백사를 자주 드나들었다고 한다.
<비취록> 그 예언서의 실재는 무엇인걸까? 쌍백사를 지키고 있는 스님들의 꿍꿍이들은 무엇인지. 그들을 파헤쳐 나가는 경찰 오반장과 명준, 그리고 해광스님의 죽음을 밝혀내고자 애쓰는 유정스님 이 인물들의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스테리한 예언서가 우뚝 서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 내용을 영화화해도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재미 쏠쏠한 역사 미스테리 소설을 만나서 즐거웠다.
그들이 발을 딛고 있는 이 세상은 온갖 불의와 부정, 뇌물과 뒷거래, 음모와 폭력이 난무하는 시궁창 같은 곳이었다. 썩은 내가 진동해 숨을 쉴수가 없었다. 인간과 짐승이 구분이 가지 않았다. 약자의 신음 소리에는 어느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생명의 존엄이 풀벌레만도 못했다. 탐욕에 물든 기득권 무리는 일신의 영달을 위해 국가 파괴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악의 씨앗이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어도 누구 하나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의 말마따나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부처도 이루지 모 ㅅ한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정말 할 수만 있다면 탐욕과 부패로 곪아 터진 이 세상을 싹 밀어내고 싶었다. 그러나 일개 파계승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p.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