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뺑덕
백가흠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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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과 같이 <마담 뺑덕>이라는 영화의 제목으로 10월달에 개봉된 이 영화는 노출신으로 말도 참 많았는데, 요즘 영화를 못 본지 몇달이 된 것 같은데, 이 영화도 아직 보지 못한 채 원작소설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 사실 영화와 원작을 비교할라 치면 그 광대한 내용을 영화가 책 보다 항상 따라가지 못함을 보면서, 이 영화는 어떨까 추측해 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아.. 정말 영화의 수위가 좀 높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적나라한 표현을 책에서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영화에서 그 내용들이 과감하게 표현 되었을 것 같다.

 

삼십대의 문학 강사인 심학규는 몇몇 조교와 학생들과 불륜한 관계를 가지게 되고 그것이 밝혀지게 되자, 학교에서 쫒겨나고 S읍으로 내려오게 된다. 어린 여자들과 나쁜 관계를 맺고, 잘못을 저질렀으면서도 심학규는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본인은 잘못한 것조차 없는데, 자신의 잘못으로 사람들이 내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남자라는 동물. 본연 그 자체라고 생각하면 되었다. 누군가와 관계를 가지는 사이로 발전했다가도 책임을 질 일이 생기면 회피해버리고 도망가는 사람이 그였다.

 

그런그에게 청이라는 딸아이가 있었다. 여기서 이들의 이름이 심상치 않음을 알수 있는데, 심청전의 아버지 심학규. 그의 딸 심청으로 심청전의 주인공들의 이름과 같다. 주인공이 눈이 멀게 되는 이야기가 곧 나오는데, 이 두 이야기의 연관성은 무엇일까? 특별한 연관성은 없었다. 그 이름의 연관성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연관하게 만드는 이상 야릇한 매력이 있는 점을 빼고는. s읍으로 내려간 심학규는 다방을 운영하는 주인 여자의 집에서 하숙을 치게 되면서 그녀의 딸 덕이와 또다시 관계를 맺게 된다.

 

책을 좋아하고 곧 죽음을 목전에 둔 아버지를 간병하는 어린 덕이는 자신의 방에서 하숙을 하게 된 삼십대의 심학규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녀의 인생은 철저히 망가지게 된다. 그리고 덕이의 복수는 심학규의 눈을 멀게 하고, 그의 딸 심청에게까지 번져가게 되면서 소설은 절정에 달한다. 인간의 욕망이란 허무 그 자체가 아닐까? 눈을 멀게 된 심학규가 다시금 덕이를 찾게 된 것이 그 모든 것을 말해준다. 사랑과 욕망은 같은 선상에 있지만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도 그 욕망에 자꾸 눈길이 사로잡힌다. 인간이기 때문에. 책을 읽고 영화를 볼 생각은 사라져 버렸다. 책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삶은 정해져 있는 대로 흘러가는 것 같아도 실은 하나의 우연이 쌓여 필연이 되는 과정이라고, 불가피한 상황이 우연이라면 행동은 사람의 명백한 의지라고, 학규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달았다. (p.45)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은 실재에 대해 온전한 경우가 드물다. 처음엔 그렇지 않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어떤 측면의 왜곡이 일어나고 변모한 샐재를 믿게 된다. 특히나 사랑에 대한 기억은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 사랑했던 사람들 사이에 전혀 다른 기억이 만들어지곤 한다. 사랑이란 상대에 대한 바람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왜곡이 쉽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함께한 시간에 대한 공유는 환상이었음을 깨닫는다. 서로 다른 기억의 충돌은 없었던 시간으로 남곤 한다. 그리하여 사랑의 기억이 다르다는 것은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이 없었던 순간의 기억이 되기도 한다. 사랑이란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두 사람의 기억이 온전히 똑같을 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나가버린 사랑이 온전한 사긴으로 남는 것이 드물다.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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