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 그저 살다보니 해직된 MBC기자, 어쩌다 보니 스피커 장인이 된 쿠르베 이야기
박성제 지음 / 푸른숲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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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자였던 그가 스피커 회사를 설립하게 된 배경은 정말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이더라. 삶이 그렇게도 흘러갈 수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뉴스를 보다가 한번은 봤었을 기자님. 하지만 이름은 알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분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은 왜였을까. 옆집 아저씨에게서 풍겨 나오는 푸근함이 느껴진다. 그의 책은 순전히 나의 관점에서 보노라면 용기였다. 오직 용기. 정치에 솔직하게 평가하고, 현 인물들에 대한 비판을 이토록 용기있게 할 수 있다니.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그를 따르는 후배들이 그렇게 많은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28살에 MBC 기자로 입사해 19년 동안 근무하면서 그는 MBC 노조위원장을 역임했고(자신이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울며 겨자먹기로) 2012년에는 바야흐로 해고를 당하게 된다. 종파라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수백번. 정치권은 그렇게 더럽다. 더러웠다. 그가 밝히는 책 속의 권력에 대해 내가 받은 느낌은 그러하였다. 나는 그 정도 인줄은 몰랐다. 진정. 나는 순진했던 것일까? 아니, 관심이 없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내가 정작 당한 일들이 아니었고, 내 관심사 밖이없으니 무심했던 일이다.

 

해고를 당한 후 박성제 기자는 복직을 기다리며 빈둥빈둥 집에서 쉬는 중 아내는 그에게 6인용 식탁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그는 즉시 행동에 옮기게 되는데, 공방을 알아보고 매일 출퇴근을 하면서 아내의 눈에서 하트 뿅뿅이 나올 정도의 멋진 식탁을 완성하게 된다. 그것을 인연으로 그가 좋아하는 스피커도 직접 만들게 되면서 그의 스피커 사업이 시작되게 된다. 쿠르베. 그가 만든 회사의 이름이자 스피커의 이름이다. 곡선의 아름다움을 살린 스피커들은(책속 사진들을 통해서 맘껏 구경할 수 있다) 내가 지금껏 본 스피커들중 단연 아름다웠다. 엄지 척!!

 

그는 기자 복직을 아직 기다리고 있다. 스피커에 대한 그의 사랑은 변함없이 계속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이 두 가지 모두를 다 이루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그의 아름다운 쿠르베 소리를 언젠가는 들어볼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현재 행복하면 됐다. 라고 말하는 당신이 참 멋있습니다. 앞으로도 힘을 내주세요! 박성제 기자님 파이팅 입니다!

 

 

파업은 기본적으로 업무를 방해해서 원하는 권리를 쟁취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파업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인 파업을 하려면, 오직 임금 인상만을 요구 조건으로 내걸고,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조심 하면서, 경영진의 비리를 고발하거나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내는 일을 삼가야만 하는 것이다. 합법 파업은 '미션 임파서블'인 것이다. (p.112)

 

목공을 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요즘 유행하는 '힐링'이 절로 된다고 할까. 사포질은 목공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작업이지만, 시간이 많이 걸려 무척 지루한 작업이기도 하다. 게다가 동작이 단순하다. 손목에 힘을 주고 나뭇결 방향으로 힘차게 문지르는 게 다다. 그러면서 사포질한 면이 얼마나 매끈해졌는지 조금씩 손가락으로 확인해나간다. 만족스러울 만큼 매끈해져야 기분도 매끈해진다. 다른 잡념이 개입할 틈이 없다. (p.146)

 

친구 순강이가 죽은 후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겁게 지내자고 결심하지 않았던가. 그게 무엇이든 새로운 꿈에 도전하는 것이 즐거운 일 아닌가. 공방에 틀어박혀 무언가를 디자인하고 나무를 다듬어서 그 디자인을 현실화하는 작업이야말로 내게는 가장 매력적인 대안으로 보였다. 해고된 주제에 돈을 벌기는커녕 뭘 하나 만들 때마다 생돈을 몇십만 원씩 써야 했지만 내게는 소중한 일이었다. 그리고 행복한 일이었다.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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