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임금 잔혹사 - 그들은 어떻게 조선의 왕이 되었는가
조민기 지음 / 책비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임금으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참 고단할것 같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었고, 사극에서 임금의 자리를 보면서도 그랬었던 것 같다. 조선의 500년 역사 속에서왕들은 총 26명. 이 26명 중에 왕이 죽고 세자인 아들이 왕위를 이어받는 지극히 자연적이었던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자연적으로 세자가 물려받았던 임금은 딱 2명. 연산군과 숙종이다. 이것만 봐도, 임금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수많은 고난과 역경, 사건들이 발생한 후 왕이 되었는지를 말해주는 숫자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조선의 왕은 총 12명이 소개되어 있다. 3명씩 나누어져 왕으로 선택된 남자와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그리고 왕으로 태어난 남자. 왕이 되지 못한 남자로 나누어 3명씩 왕이 소개된다. 사실, 우리에겐 상당히 익숙한 왕들이다. 사극드라마를 좀 보신 분들이라면, 그리고 역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말이다. 26명의 왕이 살아내야 했던 왕의 자리는 어떠한 것이었을까. 그들은 왕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자신의 노력으로 혹은 정치적 세력에 힘입어, 그 자리를 꿰어찼으며,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왕의 자리는 대개 오래가질 못했다. 그리고 왕들은 오래 살지 못했다. 그만큼 그들의 스트레스가 상당했으리라 생각된다. 일부일처제가 아니었으므로 많은 여자를 거느린 왕의 자리는 또 많은 자식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들을 잃음으로써 많이 고통받기도 하였다. 총 12명의 소개된 왕 중 단연 나의 눈에 들어온 이는 세종이었다. 중간중간 토막상식이라고 꼭 알아야 하는 이야기들이 나와서 심심하지 않았고, 맨 마지막 책의 부록에는 한눈에 보는 왕위 계승 표가 있는데, 주요업적뿐만 아니라, 그 시기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까지 소개되어 있어서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한층 더 조선의 임금들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고, 어떤 임금에게는 연민이 또 어떤 임금에게서는 얼굴이 상기될 만큼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권력욕에 마음을 가득 채웠던 이가 있는가 하면, 백성을 위해 모든 시간을 아낌없이 바쳤던 왕도 있었기에. 마음이 그리 서늘해지지는 않았다. 역사 속에서 그들이 얼마나 힘겹게 왕위에 올랐는지. 또 지키려 했는지. 그 시간을 글로써 읽어내려가는 나는 마음 한쪽이 울렁거린다.

 

 

'짐은 곧 국가다'라는 말을 남긴 루이 14세는 왕권신수설을 믿었다. 제왕이나 황제의 권력과 지위는 신이 주는 것으로, 왕은 신과 소통하는 고귀한 존재였다. 이는 중세 유럽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왕권 국가 곳곳에 강력하게 뿌리내린 사상이다. 하지만 조선은 달랐다. 조선은 시골 무사 출신 이성계의 군사력과 리더십 그리고 재상이 중심이 되는 국가, 입헌군주제를 구상하던 정도전의 합작품이었다. 그 결과 이성계는 고려의 마지막 임금 공양왕으로부터 왕위를 양위받은 후 큰 유혈 사태 없이 새 왕조를 창업했다. (p.55)

 

역사 속에서. 뛰어난 천재들은 어느 한 순간에 동시 다발적으로 태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 천재들은 때때로 시대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혀 사라지기도 하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하여 시대의 흐름을 바꾸어놓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15~16세기는 문명사회 전체가 중세를 마감하고 근대를 맞이하기 위해 새로운 격동을 겪기 시작하던 시기이자 천재들의 전성시대였다.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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