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 사회를 넘어서 - 계획적 진부화라는 광기에 관한 보고서
세르주 라투슈 지음, 정기헌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 전에 내비게이션의 스피커가 찢어지는 소리가 나서, 서비스를 받으려 본사에 택배를 보냈었다. 그 내비게이션은 산지 3년 정도 지난 참이었다. 서비스 교체 비용은 3만 원. 내 택배가 잘 도착했고, 접수가 잘 되었는지 본사 팀 수리 담당자와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전화를 교환하자마자 담당자는 나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고객님, 현재 보상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최신 내비게이션을 28만 원에 판매하고 있어요."라고. 수리를 맡긴 고객에게. 그것도 스피커만 교체하면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본사에서는 다른 내비게이션 판매 영업을 하기에 급급했다. 어이없고, 황당해서 수리만 잘해달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요즘 시대는 사실, 새로 바꾸기에 급급한 것 같다. 뭐든지 10년 정도 썼다고 하면 대단한 사람으로 보거나, 심지어는 아주 돈을 잘 쓰지 않는 사람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이 제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도 한몫해서, 10년 정도 한 제품을 사용하는 일이란 꽤 드문 일이 되어버렸다. 휴대폰만 해도 10년 동안? 쓰는 건 가히 생각도 못 할 일이다. 약정기간이 끝나버리면, 새 휴대전화로 바꾸는 건 당연시되고, 오늘 산 물건은 며칠 후 다시 신제품에 밀려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계획적 진부화'라는 것이다. 풀어서 얘기하면 쉬운 단어인데, 어려운 단어로 다가온다. 풀이하면, 생산하는 곳에서 인위적으로 수명을 단축하거나 결함을 삽입해서 소비자가 그 물건을 구매한 후 금방 새로 물건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즉, 물건의 작동을 인위적으로 짧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더 많이 생산해서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의 문제에서 떠나 더 지능적으로 결함을 생기게 해서 더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의 문제로 일으킨다. 실제로 예전과 비교하면 가전제품이 고장을 일으키는 시점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또한, 고장이 났다고 하더라도, 수리하는 곳이 적을 뿐만 아니라, 그 금액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서 새로 사는 게 나은 제품도 다반사다.

 

 

이런 현상은 제품 만에서가 아니라, 식품에서도 발생한다. 다 수용되지 못한 제품들을 만들어 내고 폐기하는 곳들도 많다. 그 많은 식품과, 쓰다 버린 제품들의 쓰레기들 처리도 앞으로의 문제점으로 대두하고 있다. 그냥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는 문제가 심각해 보였다. 지금 당장 눈앞에 일이 아니라고 치기에는 말이다. 벌써 세상 곳곳에는 자원과 생산의 넘침 때문에 수많은 곳에서 병들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될 것 같다. 낭비를 줄여야 할 것이고, 버려지는 것들을 다시 재활용하는 쪽으로 좀 더 관심을 돌려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문제점들을 초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냥 지나쳐버리기에는 아주 큰 일이라고 시사하고 있으며, '계획적 진부화'라는 단어로 독자들을 일깨워 주게 만들었다. 앞으로 관심을 가지며 지켜봐야 할 문제점이기도 하며, 나부터라도 생활 속에서 낭비라는 것을 조금은 줄여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는 원래 쓰던 것을 버리고 새것을 사기로 결심하는 심리적 문턱이 있다. 모든 마케팅 작업의 목적은 가능한 이 문턱을 낮추는 데 있다. 움베르토 에코의 결론은 이 문턱이 이미 상당히 낮아 졌다는 것을 보여 준다. 상품에 대한 우리의 중독적 의존증을 보여 주는 이 모든 사례는 계획적 진부화에 대한 반대가 왜 그토록 무기력한지를 어느 정도 설명해 준다. (p.44)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적은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은 어느 것에도 만족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의 제자 루크레티우스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피력했다. "만약 네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계속 욕망한다면 너는 자신이 가진 것을 멸시할 것이요, 네 삶은 충만함도 매력도 없이 흘러가 버릴 것이다. 그리고 네가 포만과 만족 속에서 세상을 떠날 채비를 하기도 전에 돌연 죽음이 나타나 네 머리맡에 버티고 설 것이다." (p.1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