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잣거리의 목소리들 - 1900년, 여기 사람이 있다
이승원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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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전 내가 현재 발 딛고 살고 있는 이곳에서 나와 같은 피를 가진 우리나라 선조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그들에게도 나처럼 사소한 일상들을 살아내고 있을 것이며, 큰 일들도 겪었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삶을 살아가는 것은 똑같을 것이지만, 그때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살고 있는 내 모습이 그들에게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저자이신 이승원 작가님의 책을 이번에 처음 만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전작인 <세계로 떠난 조선의 지식인들> 이라는 책을 아주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대한제국 시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대한제국의 역사는 13년밖에 되지는 않지만, 그 기간은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라고 재촉하는 나라와 현재까지 이어온 것을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혼란이 상재해 있는 시대였다. 그 시절의 신문들은 거진 그런 내용이 주를 이룬다.

사실, 역사책이라고 봐도 무방할것 같았다. 대한제국에 초점을 맞춘 역사책. 그리고 이 역사책의 중간중간에는 그림들이 등장하는데, <대한민보> 이도영 화백의 시사만평에 담긴 그림과 글을 실었다. 재미있는 점은 신문의 기사들이 상당히 사소하고 개인적인 일들을 실었던 것이다. 그 중 기억나는 기사가 있었다.

"이제 그만 갈라섭시다" 라는 제목으로 시작해 아내가 자신의 이혼사유를 적은 기사를 낸다. 그 기사를 보고 남편이 흥분해 반박사유를 적은 기사를 다시 똑같은 신문에 내는 등. 개인적인 기사들에서 읽는 당사자는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비록 그 시절 그 사람들에게는 웃고 넘길 일이 아니긴 하지만.

자유국가인 지금. 과거의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았던 우리나라의 처지를 읽는 순간. 울화가 치솓는다. 무능한 정치인들과(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오롯이 그 피해와 고통을 받았던 백성들의 사연들이 마음을 울린다. 대구에 사는 일본인이 개에게 물렸다고 해서 개 소탕 작전이 펼쳐졌다고 한다. 개를 기르는 사람은 개의 모양, 색깔, 종류 등을 자세히 기록해 경찰에 보고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었다고 하는 기사. 한 일본인이 피해가 대한제국에 미친 폐해다.

그시절 사람들의 이야기는 백년 후 우리와 맞닿아 있지만, 먼 곳의 이야기처럼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내가 다른 시절을 생각한다고 해도, 현재에 살 수 밖에 없는 것처럼. 그들도 같았을 테니까. 그들도 그때의 시절을 열심히 살아내는 수밖에 없었을 뿐. 좀 더 많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적은 페이지의 책의 장수가 약간은 아쉽기도 했다. 시대별로 나뉘어 좀 더 많은 그들의 사소한 사건과 일들을 들어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나는 현재에 열심히 살아야 겠지. 살아야 되겠다고 다시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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