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서는 나약한 계집들이 제일 용감했다. 정조 따위가 뭐기에 건드리기만 하면 칼을 빼들고 무사보다도 용감히 자기 자신을 찌르거나 혀를 깨문다. 사내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병사라고 해 봐야 기껏 보습이나 쟁기 휘두를 줄 밖에 모르는 것들이 죽여도 죽여도 새파랗게 고개를 들고 되살아나 저항하고 있었다. 눈앞에서는 몸을 납작하게 낮추던 그들 앞에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는 까닭이었다. 그들에게는 강한 자에게 복종할 줄 아는 일본 민초가 지닌 미덕이 없었다.-1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