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단 대학 탐방기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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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 나가면서 작가가 궁금해졌던 이유는 1985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인데도 상당한 노련미가 돋보여서 이 작가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구수한 사투리와 유쾌한 글귀 중간중간에 돋보이는 진실성은 도대체 이런 느낌에 문장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라고 생각해 본다. 3년전 이 책을 여러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지만 거절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이렇게 내 준 것에 대해 박수를 쳐 드리고 싶다. 현재 내가 읽어 내려갔음도 감사히 여기면서.

양춘단- 은 무슨 단원의 이름인줄 알았다. 하지만 초반에 읽으면서 사람이름인줄 알게 되었고. 남자인줄 알았던 이름이 여자였고, 더욱이 주인공 할머니의 이름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되고, 무릎을 치게 된다. 할머니가 대학에 가서 생긴 이야기인가? 제목만 읽으면 이 정도로 추리해 볼수 있겠지. 하지만 그 이야기는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송정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70대인 영일은 어느 날 암선고를 받고 아들 내외가 있는 서울로 아내와 함께 상경해 치료를 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물론 여기서 그 아내가 주인공 양춘단 할머니이다. 흥미진진해지지 않는가? 나도 그랬다. 아들내외집에서 살게 된 영일은 암수술을 성공리에 마치고, 병을 떨쳐 내었지만, 시골에서 매일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생활과는 달리 하루하루 할일없이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던 중 '닭터'라는 손자가 지어준 이름의 닭 한마리를 옥상에서 키우며 그것을 낙으로 삼아 생활한다. 양춘단 할머니는 무엇을 하며 보냈을까?

영일이 다니던 병원에서 양춘단 할머니는 같은 성씨의 여자를 만나게 되어 친해지게 되고, 일자리 소개를 받게 되는데, 대학에서 청소하는 미화원일이었다. 가족들은 말렸지만, 평생 대학물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할머니는 '대학'이라는 그 꿈같은 단어에 일을 시작하게 된다. 빽으로 들어왔다고 미화원들 사이에서 냉대를 받지만 양춘단 할머니는 그런 일쯤은 젖혀버리고, 옥상에서 시간강사 교수와 평화로운 점심을 먹고 대학생활에 대단한 만족을 느낀다.

자신의 아들이 자살이라는 죽음으로 먼저 보냈던 할머니는 대학교에서 함께 점심을 먹은 시간강사 교수또한 자살하는 것을 마주하게 되면서 고통을 받게 된다. 어느 날 할머니에게 배달되어진 택배상자 속에 시간강사의 노트를 발견하게 되고, 매일밤 화장실 벽에 그 시간강사의 절절한 글귀들을 베껴적는다. 그리고 대학교에 거대하게 서있는 코끼리 상을 남몰래 망치질한다. 양춘단 할머니의 고통은 조용했지만, 거대한 것이 아니었을까. 양춘단 할머니의 대학생활안에는 사회의 모든 속물들이 집합한 작은 학교였다. 씁쓸하지만 읽는 재미가 너무도 유쾌한 소설이었다.

이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는데, 새벽녘 아들내외의 집에서 아침을 맞이한 양춘단할머니. 어스름히 밝아오는 빛에 의지해 직사각형 거울안을 들여다본 춘단은 자신의 얼굴을 보고 내가 아닌것 같다고 읊조렸다. 그 청춘은 어디로 갔는지.. 라고.. 이 장면을 읽는데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르륵 떠올려졌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도 저자에 대한 궁금증은 가시지 않는다. 그의 다른 책도 찾아서 읽어봐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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