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기억이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 뇌를 기억을 담아 놓는 서랍장이라고 치자. 버스 번호나 전화번호처럼 매일 쓰는 기억들은 속옷을 넣어 두는 서랍처럼 열자마자 원하는 걸 찾을 수 있다. 어떤 기억은 다른 기억에 치여 거의 열지 않는 서랍에 쑤셔 박히는데 그런 잡동사니 같은 기억이 점점 많아지면 나중에는 서랍 밖으로 불쑥 비어져 나오거나 서랍 뒤 컴컴한 틈바구니로 떨어지곤 한다. 그러면 서랍이 닫히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서랍 뒤에 물건이 끼어 있다는 걸 발견하는 것이다.-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