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의 도시 사계절 1318 문고 90
장징훙 지음, 허유영 옮김 / 사계절 / 2014년 1월
절판


사람의 기억이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 뇌를 기억을 담아 놓는 서랍장이라고 치자. 버스 번호나 전화번호처럼 매일 쓰는 기억들은 속옷을 넣어 두는 서랍처럼 열자마자 원하는 걸 찾을 수 있다. 어떤 기억은 다른 기억에 치여 거의 열지 않는 서랍에 쑤셔 박히는데 그런 잡동사니 같은 기억이 점점 많아지면 나중에는 서랍 밖으로 불쑥 비어져 나오거나 서랍 뒤 컴컴한 틈바구니로 떨어지곤 한다. 그러면 서랍이 닫히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서랍 뒤에 물건이 끼어 있다는 걸 발견하는 것이다.-28쪽

음악이란 아주 기묘한 것이어서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을 사방으로 확장시키는 효과가 있다. 음악을 틀어 놓으면 사방의 벽이 저절로 뒤로 밀려나 그안에서 숨을 쉬고 돌아다니는 것이 훨씬 더 편하게 느껴진다. 그런 오후는 느른하고 평온했다. 음악을 듣다 보면 이 냄새 고약하고 지저분하고 비좁은 골목 뒤로 햇빛 찬연한 바다가 펼쳐져 있고 그 바다도 나와 함께 음악에 맞추어 일렁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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