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부터 인근에 있던 시립 도서관에 가서 수많은 책들을 읽었다. 내게 잇어서 독서는 절망적인 현실을 어루만져주던 일종의 치유제였는데, 특히 나는 900번대 역사책들을 좋아했다. 색이 바래고 퀴퀴한 냄새가 나던 옛날 책들도, 여기저기 한자가 표기되어 있어서 읽는 게 힘들었던 책들도 일단 책을 펼치고 그 세계에 빠져 들기 시작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70쪽
독일의 신학자 폴 틸리히의 말처럼 외로움이란 혼자라는 슬픔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였고, 고독은 혼자라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단어였던 셈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자 신기하게도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내 마음을 적셔주던 그 잔잔한 풍경들. 그 장면들 속에서 나는 외로움을 버리고 고독을 얻었다-1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