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란 그렇게 자기를 실현하는 곳이고, 우리가 가족과 모여서 사는 곳이다. 너무 뻔하고 단순한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오랫동안 삶의 형식으로서 표준화된 아파트 문화가 지배해 오면서, 집은 재산. 그것도 무척 유동적인 재산이며, 때로는 과시의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자신에게 맞는 집이 아닌 남들이 사는 집, 남들과 비슷한 집을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표준화된 공간에서는 삶 또한 표준화된다-163쪽
가끔 낯선 집에 사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 그 집은 내 집이다. 나는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집 안내를 하러 이 방 저 방을 건너다니는데 내 집임에도 모르는 곳 투성이다. 문을 열고 들어간 방안 모습 또한 깨고 나면 기억나지 않는다. 마치 꿈속에서 당첨이 확실됐던 복권 번호를 들었는데, 깨고 나면 다 잊어버리는 것처럼-2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