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불 - 존재에서 기억으로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9월
절판


<냉정과 열정사이> 이후 처음 읽는 그의 책이었다. 너무도 동양적인 느낌의 표지가 너무도 좋았는데, 책의 내용도 동양적이어서 좋았던 것 같다. 작가 자신의 외할아버지를 모델로 쓴 작품이라고 하는데, 주인공 미노루씨는 내가 바라던 그런 남자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우선 느낌이 참 좋은 책이다. 자꾸 초반부터 느낌탓을 해대는것 같은데, 읽어보면 이 내 느낌이 전해 질 수 있을 것 같다.

침상에 누워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미노루. 여기서 부터 시작이다. 주위에는 아내와 아들.딸 그리고 손자. 손녀로 가득하다. 미노루는 죽음을 앞에 두고 있다. 죽음에 대해 다들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것이다. 특히 누군가의 죽음을 목도했을 경우에는 더더욱. 하지만 여기 주인공 미노루씨는 어렸을 적부터 죽음이란 무엇인가. 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같이 강에 빠졌지만 자신은 살고 바로 위 형은 죽은 그 죽음에 대하여. 첫사랑이었던 여자의 죽음. 아버지의 죽음. 친한 두 친구들의 죽음. 그리고 전쟁에서 자신이 생애 처음 죽이면서 죽음을 처절하게 본 한 남자의 모습.

어렸을적부터 함께 했던 친구 데츠조와 나누었던 대화가 기억이 난다. 이미 두 사람은 아버지가 된 지긋한 나이었음에도, 언제까지고 철부지 아이로 있고 싶었다던 데츠조가 읊조린 말. 미노루와 첫째 딸 린코의 죽음에 대한 대화.. 미노루씨는 아버지의 가업인 철포장이를 물려받았고, 개발하는데 재능이 있었던 그는 힘겨운 시기가 닥쳐와도 자신의 가족들과 친구들을 위해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시도하고 또 시도하는 미노루. 하지만 그 속에서도 본연의 부드러움은 잃어버리지 않은 그 순수함과 순진함..

사람이 죽고 나면 어디를 가게 되는 것일까. 죽고 나면 끝인 걸 왜 아득바득 살아가야 되는가. 눈을 깜박이다.... 미노루씨는 죽기 전에 뼈로 된 불상을 만들게 된다. 섬 사람들의 모든 묘에서 거둔 뼈로 만든 크고 하얀 불상. 가난한 사람도 부자인 사람도 어린아이도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도 모두 한데 모여 불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도 불상이 되었을 테지.. 어릴 때부터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살아온 그의 이야기. 죽음또한 살아있는 것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살아가면서 죽음또한 같이 있는 것. 그것이 언제 찾아올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일본 소설을 읽었다. 무엇보다 동양적인 줄거리가 마음에 쏙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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