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나면 시간이 지나야 아물듯, 큰 슬픔 또한 시간이 지나야 아물게 된다. 좋은 위로는 좋은 약과 같아서 슬픔으로 인한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아무리 좋은 약을 쓴다고 해도 상처가 아무는 데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고, 상처가 깊다면 아무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 때문에 누군가 깊은 슬픔을 앓게 될 경우 그를 위로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에게 좋은 약을 많이 주려고 하기보다는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곁에서 묵묵하게 지켜봐 주는 것, 그것이 깊은 슬픔에 대한 가장 좋은 약일지도 모른다-46쪽
사람은 자기 자신의 어떤 일이나 생각에 대해 그것을 차마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어서, 때로는 말로는 표현하고 싶지 않아서 말하지 않을 수 있다. 그때 그 사람에게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을 하라고 하는 것은 나를 위한 강요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한다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그대로 남겨두는 태도가 필요하다.-64쪽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문학을 많이 배웠느냐, 책을 많이 읽었느냐, 그래서 깊이 있는 삶을 살았느냐 하는 것이 아니다. 속된 말로 못 배우고 못 읽어도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사는 삶이야 말로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삶이고 본받아야 할 삶이다. 서푼어치도 안 되는 지식으로 다른 이의 삶을 평가하고, 자신은 정작 그 지식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이다-73쪽
선택이 중대할수록 고민의 시간도 길어지고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중대한 선택일수록 삶에 미치는 파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 모든 선택은 결국 지나고 보면 그렇게 결정적인 것은 별로 없다. 우리가 결정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선택은 그 결과의 중대성 때문에 그렇게 생각되는 것뿐이지, 다른 선택을 했을 경우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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