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방 속의 책
정진국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1년 8월
품절


이블린은 그나마 배낭에 쑤셔두었던 것이든 현지 조달한 것이든, 책을 잡지 않았다면 정말 걱정스러운 일이 벌어졌을 법하다. 과음만 했다면, 감염이고 뭐고, 고열 증세, 아니면 날씨와 체온의 열기에 알콜까지 가세한 진짜 불덩어리가 되어 망언이나 늘어놓지 않았을까? 그러니 책이란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는 얼음덩어리나 드라이아이스 같은 것이다-39쪽

그리고 그 물건과 마음가짐 사이, 말없음표 사이를 채울 것으로 '페이퍼백 스릴러' 한 보따리를 챙겼다. 자신도 모험을 즐기는 와중에 다른 사람들의 모험담을 즐기겠다니. 스릴러라는 것은 가볍고도 짜릿하다. 그렇지만 침울함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더욱 골치 아파지거나 오금을 저리게 할 수도 있을 텐데. 픽션이 논픽션보다 더욱 실감 나기도 하는 법이니까. 만화 속 그림이 사진 속 그림보다 더욱 실감 날 때가 있듯이... 그러니 이런 책들이 아프리카 단독 원정의 상승효과를 내게 될까?-66쪽

버터와 뼈는 티베트의 두 기둥이다. 나머지 하나는 무한 침묵이다. 티베트에서는 침묵 공간이 4차원으로 이어진다. 누런 돌, 빙하의 시퍼런 침묵, 높고 높은 곳에서 역광을 맞으며 매들이 빙빙 도는 계곡에서 울리는 침묵이다. 이런 칙이 모든 것을 순화한다. 버터를 말리꼬 뼈를 빻고, 영혼 속에 설명하기 어려운 온화함을 남긴다. 마치 우리가 역사의 맨 처음 유아기에 잊어버린, 기원을 접하는 듯하다-185쪽

로즈는 여행길에 "먼지를 털어내며 책을 읽어야 햇다." 자동차 트렁크에 잔뜩 실어두었던 책이었다. 아마 로즈는 누구보다 많은 책을 챙겨 떠난 사람이었을 것이다. 문자 그대로 책과 함께한 여행이었다. 로즈의 승용차는 '움직이는 서재'였다.-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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