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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양장)
김려령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품절

제목만 본다면 흔한 사랑이야기 같았다. 그리 두껍지도 않은 책인데, 어떤 연인들에 관한 러브스토리 일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랜만에 따뜻한 책을 한 권 만난것 같아서, 서늘한 가을 바람에 마음이 외로워지려던 참이었는데, 따뜻한 기운을 받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책 한 권에서도 이런 기운을 받을 수 있다니. 오늘 따라 더 책이 좋아진다. 장편소설이라고 표지에는 적혀 있지만. 장편소설이라긴 좀 뭣하고.. 한편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읽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따뜻함은 오래 남을 것 같은... 이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일까..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고, 지금도 몹시도 궁금하다. 인터넷 검색창에 이 작가와 그녀의 책에 대해서 검색질해보면 나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그만두고 말았다. 이 궁금증은 기분좋게 남겨두자고..^^ 건널목씨가 현실이든 아니든 내내 따뜻할 것 같다.
동화이야기를 하나 쓴것으로 상을 받게 되고 작가로 등단한 그녀가 번번히 책 한 권 쓰지 못하며 집안에서 백수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며 살던 그녀가 새언니의 일을 하면서 글을 써라! 라는 잔소리에 마지못해 시작한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 교실을 시작한다는 전단지를 아파트에 뿌린다. 일명, 잘 듣는 아이가, 말도 잘한다! 라며 이야기 듣기 교실을 열게 되는데, 아이들은 단3명. 그렇게 수업은 시작한다. 일주일에 세번 두시간씩. 아이들은 오명랑작가의 집에서 이야기 교실을 시작하게 된다.
건널목씨가 주인공인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시작하는 이야기. 그녀가 이 이야기를 해주면서 오명랑작가의 어머니도 함께 듣기 시작하는데, 그녀가 보여주는 행동에서 이 이야기가 비단 그냥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그녀 가족의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오빠와 그녀가 차가운 지하방에서 거지 소리를 들어가며 빈곤하게 생활해야 했던 그때 건널목씨가 있으셨다. 그 아저씨는 매주마다 오누이를 찾아왔고, 돌아가신 아버지와 자신들을 버리고 갔다고 생각했던 엄마 대신이었다.
건널목씨는 두 오누이에게도 소중한 사람이었지만, 아리랑아파트 주민들에게도 그리고 엄마아빠가 매일밤 싸워서 갈 곳 없는 여자아이에게도 소중한 사람이었다. 이런저런 말이 많지 않아도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 그런 분. 건널목이 없는 위험한 곳에 가서 자신이 건널목이 되어 주는 사람. 하지만 오누이에게 엄마가 돌아오고나서부터 아저씨는 사라져버리셨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교실에서 진행되는 이 이야기. 따뜻하다.
<완득이>라는 책으로 꽤 유명해지신 작가분의 책인데, <완득이>만큼이나 마음에 드는 책이다.. 아이들과도 같이 읽어도 될 책이었고, 이 책속 이야기가 그녀의 실제 이야기인지 몹시도 궁금했었는데... 검색질을 해보려다가 그냥 그 궁금증을 안고 있기로 했다. 내내 나도 그 건널목씨 아저씨가 궁금혀졌다.. 현실속의 이야기라면, 꼭 그 아저씨를 찾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