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자필멸 이란 말이 있다. 살아 있는 자는 반드시 죽게 마련이고, 인간은 누구나 죽어서 무덤으로 들어간다. 우리말 무덤은 원래 '무의 더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어원 그대로라면 '아무 것도 없음의 더미'가 곧 무덤인 것이다. 그렇지만 인생이 이처럼 그저 덧없는 것이기만 한 것일까? 그리고 그냥 왔다가 바람처럼 없어지는 존재이기만 한 것일까? 아니다. 인생은 덧없고 짧은 것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뜻은 결코 짧을 수가 없다. 그것을 단적으로 증명해주는 것이 묘비명이다.-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