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광활한 벌판에 다시 와 보고 싶었다. 물론 오늘의 내 행로였기 때문에 일부러 없어도 될 일을 만들어서 온 건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지나야 할 길을 가는 것뿐이고 일정이 이렇다 보니 여기를 올 수 밖에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쩐지 마음이 끌렸고, 그래서 빨리 오고 싶었고, 어찌됐든 여기서는 혼자서 뭐든 해보리라며... 오늘 길은 시커먼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시도 때도 없이 변덕을 부렸지만, 개의치 않고 걸어왔다. 아니, 설레는 감정으로 걸어왔다는 게 더 맞는 말이다-1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