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진 음지 - 조정래 장편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장바구니담기


학창시절때- 나는 국어 교과서에 나왔던 문학작품들을 읽는것이 좋았었다. 단편도 좋았고, 장편소설의 짧막한 문장들도 좋아했고, 특히 교과서에는 실리지 않았던. 모의고사 문제에 국어 과목으로 네모난 단락안에 들어가 있었던 내가 그동안 읽어보지 못했던 처음 접하는 이야기들을 좋아했었다. 그래서 그 이야기가 어떤 책 속의 문장인지 나중에는 막 찾아서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직도 그때의 그 기억들. 순간들이 좋았다. 시험문제는 둘째치더라도. 훗. 오랜만에 그런 지문같은 책을 읽은 것 같다. 전라도 사투리의 구수한 문체와 교과서의 한 지문을 읽는 듯한 기분으로 이 책을 읽은 것 같다. 요즘 이런 책을 읽은지가 얼마만인지. 그러고 보니 기억도 나지 않는다.

고등학교때 정말 한참 빠져서 읽었던 조정래 작가의 책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너무도 유명한 책들. 언젠간 꼭 다시 한번 읽어봐야지 싶었던 도서관에서 대여해와 읽었던 책들.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요즘 세대는 알지 못할(나도 그렇지만) 우리 선조들의 힘들었던 시절. 그때의 이야기들을 읽고 있노라면, 나의 고향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내내 고향에 머무르는 듯한 기분. 그것이 한국이다라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잡초처럼 질긴 목숨을 붙들고 힘겹게 살아야만 했던 민초들의 삶들은 눈물짓게 하지만, 읽는 맛이 있어서 좋다..

복천영감에게 좋은 날은 정말 언제였을까. 그에게는 시련. 시련. 오직 시련뿐이었다. 고향에서 더는 머무르지 못하고, 두아이를 데리고 서울로 오게되는 복천영감. 그에게 서울은 다른 나라였고, 고향에서는 느낄수 있는 정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메마른 곳이었다. 서울에서 시작하게 된 칼갈이는 시작하고 좌절하고, 또 시작하고 좌절하고 난 후에 가지게 된 직업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오직 좋았던 것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첫째 아들 빼고 착한 두애들 뿐이었다.

인심 삭막한 서울에서 복천영감은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먹고 살기 위해 험한 일들을 겪으면서 자신의 고향에서 있었던 일들과 아팠던 아내와의 일들을 회상한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복천영감의 삶의 힘겨움이 너무도 잘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지만, 그의 삶이 그 시대때문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현재에도, 가난한 사람들의 비극은 끝나지 않을 테니까..

앞으로는 이런 교과서의 단락같은 느낌의 책을 많이 읽어보고 싶다. 정겨움이 물씬 묻어나는 책. 역시 조정래 작가였다. 싶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