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죽은 듯한 서가들을 보라. 이름을 알아볼 수 있는 책이 한 권 있으면 처음 들어 보는 책이 스무 권은 있다. 평소에는 그런 생각을 하면 기운이 솟는다. 모르는 책이 스무 권이나 있다니! 그런데 지금은 어쩐지 울적한 기분이 든다. 별 볼일 없는 책, 아무리 따분하고 답답한 책이라고 할지라도 쓰고 출간하는 데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되려고? 결국 늙은 아나키스트 손에서 뒷마당에서 재가 되라고-164쪽
책을 썼다는 사실에는 참 희한하고도 사람을 겸허하게 만드는 점이 있다. 책은 잊히기도 하지만 한편 놀라울 정도로 생명력이 질겨서 대개의 경우 작가보다 오래 남는다. 호손은 자기가 처으믕로 출간한 소설 <팬쇼>를 어떻게든 없애 보려고 모두 사들여서 태웠다. 친구나 친지들에게 준 책도 다시 빼앗아 왔다. 누구에게도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내조차도 호손이 죽기 전까지 그런 책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러나 호손은 성공하지 못했다. 몇 권이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갔다. 호손은 죽었지만 오늘날 <팬쇼>는 여러가지 판본으로 나온다.-1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