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로, 이 세상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화하는 것들이 있어. 노예제도나 공민권운동 같은 게 그렇지. 평등은 어느 선량한 권력자가 어느 날 아침에 거저 내준 것이 아니야. 민중이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어렵사리 쟁취해낸 것이지.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 아버지는 그중 한 사람이다. 알겠냐-245쪽
지로는 큰 격려를 받은 것 같았다. 자신 역시 아버지만이 정의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누구에게도 지배받으려 하지 않고 혼자 국가에서 튀어나와 살아가겠다니, 그건 너무 자기 멋대로인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국가가 정의라고도 할 수 없었다. 튀어나갈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배자의 생각이었다-248쪽
아버지는 다시 밭을 갈고 있을까. 바다에서 고기를 잡을까. 건장한 몸집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런 생활이 더 어울린다. 인류는 돈을 지닌 시대보다 지니지 못했던 시대가 훨씬 더 길었다. 그러한 인류 끄트머리의 기억이 아버지에게만 진하게 남은 것이다. 아버지 좋을 대로 해도 괜찮아. 지로는 바다를 향해 중얼거렸다. 함께 사는 것만이 가족이 아니니까-2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