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노운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권수연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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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하다. 내 인생이 낯선 남자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느낌. 내가 알고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이 내 몸 밖으로 솟구쳐나와 나보다 명석하고. 나보다 젊고. 나보다 활달한 다른 남자 안으로 쏟아져들어가는 느낌. 디캔팅을 위해 와인을 유리병에 옮겨붓고 본래의 병 바닥에는 불순한 침전물만 남는 것 같은. -74쪽

나는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나를 둘러싼 이 삶이 좋다. 구체적이고 두텁고 튼튼한 삶. 헛된 전망도 거짓된 약속도 없는, 대수롭지 않은 작은 사건들과 마모된 일상의 결합. 학기와 월말. 포위된 고독, 고립 속에서 달려가는 길과 공항에서의 기다림, 실어나르는 승객과 쓸쓸한 귀가로 이어지는 삶. 일에서 몇 시간을 빼 아이들에게 투자하고, 출구도 없이 헌신하고, 이유 따위는 일찌감치 잊어버린 삶-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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