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끝난 후, 우리의 축 늘어진 몸은 서로에게 익어 달라 붙는다. 마치 오래 쓴 장갑 한 짝씩처럼. 혹은 핏줄이 같은 어린 두 아이처럼.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 나는 키에르케고르의 말을 떠올린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깊은 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주택가에 있어, 귀기울여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세계는 깊은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다. -32쪽
내게 인생이란 운동장 같은 것이다. 입구도 출구도 없고, 물론 어딘가에는 있을 테지만, 있어도 별 의미가 없다. 무질서하고, 전진도 후퇴도 없다. 모두들 그곳에서, 그저 운동을 할 뿐이다. 나는 그곳에서, 어쩔 줄 몰라 한다-76쪽
슬픔. 나는 슬픔에 대해 생각한다. 슬픔에 대해, 빈틈없이 생각하고 밝히려 하면 할수록 그것은 진귀한 식물이나 무엇인 것처럼 여겨지고, 전혀 슬프지 않은 기분이 든다. 다만 눈앞에 엄연히 있을뿐. 나는 이 집에서 그 진귀한 식물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환경이 웬만큼 잘 맞는지, 그것은 놀랍도록 쑥쑥 자라고 있다. 그것 앞에서 나는 감정적이 되기가 힘들다. 슬픔은 나와 따로 떨여저 있어서, 나는 나의 슬픔을 남 일처럼 바라본다-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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