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미끈거리는 슬픔
류경희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품절


나는 가끔 남자들의 삶에 안타까움과 그 생에 희열을 가지고 있달까.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짊을 지고 한평생 일해야 하는 남자. 그리고 아들과의 유대감. 여자도 그에 못지 않은. 자신의 몸으로 생명을 잉태한다는 그 무엇이 있지만, 남자들의 생이 더... 못내- 라는 단어의 기분처럼 그 무엇이 남는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전생에 남자인가? 아니면 모성애가 너무 강한 것인가..?

고양이줄고기 방의 임신한 여자의 남편. 그의 기분을 나는 알것도 같았다. 물론 임신한 여자의 기분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 책은 조금 독특한 부분이 있는 소설이었다. 음. 그러니까 여기에는 총7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한 여자를 알고 있는 6명의 사람이 등장한다. 남자셋여자셋.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신이 나간 엄마를 일찍 여읜 한 여성이 있다. 그녀는 살아가면서 기억에 남을 몇명의 사람(등장하는6명)을 만났고 그네들에게 이메일로 메모리 박스라는 공간으로 들어와 그들 자신의 상처받은 삶들을 끄적이게 한다. 메모리라는 누군가로부터 받은 이메일- 아이디와 비번이 주어지고 그곳 자신의 방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적으라고 하는데. 이 메모리는 누굴까. 메일을 받은 6명은 아무도 그, 혹은 그녀가 누군지 알지 못한다.

6명의 삶은 모두 황폐하다고 해야 할까. 삶에 지쳐 있었다. 그 중심에 있던 그 여자처럼. 메모리는 고양이줄고기.유리고기.나비가오리.등목어.모래무지.벚꽃뱅어라는 이름을 그들에게 지어주고 각자의 방(인터넷공간)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하길 원하고, 이 6명들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머뭇거리면서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누가 그들에게 메일을 보낸건지, 메모리의 존재를 알기 위해 서로 연락을 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남편은 매일 윗층의 여자에게로 올라간다. 햇살 가득한 방에 혼자 남는건 임신한 여자뿐. 남편의 기분을 가끔씩 이해하기도 하지만, 임신한 예민한 여자에게 그건 너무 가혹했다. 어느날 받은 메일로 한줄 글을 써보기 시작하는 그녀. 꿈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빚으로 매일 수십명의 아이들을 방문하는 방문교사 미진. 그녀는 어느날 한 남자와 모텔에 가게 되고, 그녀의 숨막힐 듯한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메모리 박스에 자신의 이야기를 적게 된다. 선천성질결여란 병명을 가지고 있는 여자. 태어나자마자 두달 후 죽은 아이의 아빠. 아이가 죽은 후 계속 섹스를 거부하고 있는 부인의 번역가인 남편.그리고.. 메모리의 애인... 벚꽃뱅이의 이야기. 가 시작된다.

메모리는 자신이 없는 공간에, 이들 6명이서 소통하길 바랬다. 오직 그곳에는 6개의 방이 있었고, 자신의 방 말고도 나머지 5명의 방으로 건너가 그들의 글들을 읽을 수 있었다. 6명. 아니다 그녀까지 포함해서 7명의 상처받고, 서걱거리는 삶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던 책. 그들은 조금.. 나아졌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