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제2회 중앙 장편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품절


저는 늘 이 방의 책장이 책들로 가득해지는 풍경을 상상하고는 합니다. 비어 있는 책장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방은 늘 제 상상력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저는 이 방의 책장을 비워두고 싶지만 만약 여기에 책이 꽂히게 된다면 첫번째 책은 바로 그 책이 될 것입니다. -114쪽

책은 사람이 있는 곳에. 그리고 사람이 지나간 곳에 있다. 그래서 가끔 난, 한 권의 책을 찾는 것은 곧 그 책이 지나온 궤적을 더듬는 것이고 그것은 곧 한 사람의 삶의 길을 되짚어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물론 또한 책은 우연과 망각, 부주의로 인해 원래 있어야 할 곳을 떠나 세상으로 흩어지며 퍼져가기도 한다-126쪽

책에게도 삶이 있다. 작가가 아버지라면 장정가는 어머니다. 인쇄소는 자궁이다. 누군가 표지를 여는 순간 책은 책으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어떤 책은 끝까지 다 읽히지 못하고 자신의 비밀을 간직한 채 서가에 잠들어 있다. 어떤 책은 책장마다 무수한 삶의 흔적을 지닌다. 어떤 책은 복되게도 여러 주인을 섬긴다. 물과 불과 칼과 햇빛과 습기와 벌레와 짐승이 책을 병들게 하거나 해친다. 책의 가장 큰 적은 사람이다. 무지한 한 사람은 한 권의 책에 상처를 내고 무지한 100명의 사람은 다락방에 책을 넣고 잊어버리고 무지한 1만 명의 사람은 도서관을 불태운다. 책은 죽을 때 소리를 낸다.-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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