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언제든 그 순간이 다시 올 거라는 가능성을 믿는 거고, 추억은 가능성을 믿지 않는 거죠. 추억이라는 말에는 단 한 번뿐이라는 의미와 마지막이라는 뜻이 들어 있는 겁니다-91쪽
기안은 밤에 어울리는 얼굴을 가졌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투명하고 까만 밤의 장막처럼 기대고 싶어졌다. 글을 쓸 때나, 말을 하지 않고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그의 눈빛은 부드러우면서도 냉소적인 빛이 감돌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무작정 착하기만 해서 지루하지도 않았고, 명랑함을 만들어내기 위해 들썩이거나 변덕스러운 것과도 거리가 멀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한결같았다-119쪽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꿈을 꿈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나머지 사람들에게 꿈은 간절히 소망하면 할수록 우주가 도와주기는커녕 발을 붙들고 있는 슬픔의 진창만 더 깊어질 뿐이다. 여전히 지금도 내 손에 잡히는 건 쉽지 않은 것들뿐이다. 무섭게 타들어 가는 연기와 신나는 척 연기하는 인생이 있을 뿐이다.-1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