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꼬마 남자아이였을때부터, 소매치기를 하며 살아온 한 남자.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타인의 옷 속에서 지갑을 훔치고, 자신의 손이 한 짓을 의식조차 하지 못하듯이 소매치기를 하며 살아온 사람. 이런 나쁜짓을 하면서 살아온 남자인데도, 그가 보여주는 이미지는 순수하다. 엄마의 손에 붙들려,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는 것을 보면서 그 모자를 도와주고, 아이를 보살펴주려고 노력한다. 그 사람의 잘못된 점 한가지 때문에 그의 모든 것을 비난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그러나 세상은 이런 사람들에게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
한때 그와 함께 소매치기 동업을 했던 이시카와는 어느날 사라졌다가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나게 되는데,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 한 남자. 그러니까.. 소매치기를 평생의 업으로 해온 이 주인공 남자와는 반대되는 인물이랄까. 악으로 똘똘 뭉친 사람. 어느 곳 하나 손가락 비집고 들어갈 만한 구석이 없는 인물이었다. 이 남자의 소개로 살인사건을 거들게 된다. 그러나 이시카와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고. 다시 시작된 소매치기 생활에 다시 그 눈빛의 남자가 돌아와 자신이 시키는 일에 가담하라고 명한다. 그가 돌보는 아이와 엄마의 목숨을 걸고..
그가 시킨 일을 완벽하게 해내지만, 돌아온 건 살았을지 죽었을지 생각할 수 없는 결말이었다.. 평생 소매치기를 하며 고독하게 살아온 한 남자와 그가 지키려 했던 한 꼬마 소년의 이야기. 이 작가의 책을 두 권째 읽었다. 두 권 모두 우울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책인데,다 읽고 난 뒤 뒤돌아 서면 무언가 미묘한 것이 남는 느낌이다. 특히 처음 읽은 이 작가의 책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는 더 좋았다..
한 남자의 운명을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손에 쥐고 주무를수 있다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자키가 주인공 남자에게 들려준 그 옛날 이야기는 특히나 그랬다. 스스로 노력하고 살았던 삶이 누군가에 의해 조정당해온 거라면, 그 얼마나 허무한 것일까..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 삶이 저 신에 의해 정해진 거라면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매치기를 하는 이 남자의 고독과 마주하면서 조금 어둡기는 하지만, 이 작가만의 독특한 글을 들여다 볼수 있었는데,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모두 이런 분위기의 글인것인지, 궁금해서 다음번에 이 작가의 책을 꼭 찾아서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