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사유
박기원 글, 김은하 그림 / PageOne(페이지원)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술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나는 '음주사유'라는 이 책의  제목에 왜 공감하는가. 몸이 술을 받아들이지 못해 한잔만 마셔도 화장실로 직행해 술과 함께 섭취한 모든 것을 다 토해내면서도, 술을 잘마시고 분위기에 잘 스며들고, 나처럼 아깝게 먹은것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이 부럽기 때문이다. 혼자서 조용하게 소주한병 자작할 수 있는 시간들을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고작 한잔을 마셔도 얼굴 벌게 지고, 머리는 빙글빙글~ 그렇게 나는 엄청난 부러움의 시선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74년생 동갑내기 작가 두분. 그렇게 술을 마시고도 괜찮아? 라는 말을 외쳐보는데, 역시나 괜찮을수가 없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두 사람. 그들 각자의 술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담긴 책으로, 술과 함께하는 안주처럼 재미있는 만화까지 곁들여 책을 더 맛있게 만들어 놓았다. 특히 여자로서 공감가는(술에 관한 공감이 아님.ㅋ)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지 멍은하씨의 이야기가 조금 더 재밌었다. 술을 마시면서 잃어버렸던 그 수많은 물건들. 아니, 술좀 끊으라고!!! 라고 읖조리고 싶었으나.. 그럼에도 이들은 술을 너무도 사랑하고 있었다.

 

술은 사람을 아프게도, 웃음짓게도, 행복하게도 만드는 만병통치약. 그날그날따라 다르게 만드는.. 뭐랄까.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런말을 하는것이 웃기지만, 그렇다.. 남자친구가 술 한잔 마시고 전화할때는 왠지 안마신 나도 괜히 짠한 마음이 들고, 쓸쓸한 엄마가 술 한 잔 하시는 모습을 볼때 또한 그렇다. 먹는사람도, 또 그걸 보는 사람도, 평소에는 가질 수 없는 특별한 감정을 가질수 있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도 술 한잔 하고 싶어 견딜 수 없어 졌다. 못 마시는 술임에도 11시 50분에 집앞 슈퍼로 뛰쳐나가 박기원씨가 좋아하는 흑맥주를 한캔 사와서 홀짝거리다 끝내는 화장실로 직행. -.-;

 

술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특히나 공감가는 이야기가 되는 책일것이라 추천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 또한.. 술에 취해 기분좋아지는 책일것 같다.. ^^

 

 

 

사라진 사람들과 시간들을 꺼내보고, 그때 소진한 삶의 에너지를 그리워 한다. 기억들은 그 에너지를 담은, 이제는 못 쓰게 될 운명에 놓인 폐건전지 같은 것이다. 아까워하는 마음이야 없을까마나는, 한편 새로운 생활 속에서 매번 대범해지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 중에서 고르고 골라 '추억'이라 이름 붙인다. 동시에 남아 있는, 소진할 에너지들을 살피는 것이다. 그 남은 에너지가 있는 한, 본래 '가장 좋은 것'이라 일컫던 그것은 언제나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 (p.35)

 

몸은 참 단순하다. 마음도 몸에 복종한다. 그런 몸과 마음의 합일을 '진심'이라 부른다. 진심은 어느 정도 효율적.효과적이기도 하다. 그 '경제 효과'의 절정은 뭐니 뭐니해도 망각과 배제다. 세네카의 말처럼 '분노의 뿌리가 희망'이라면, 망각과 배제는 적절한 제초제 역할을 한다. 두서없는 희망이라는 잡초의 정리, 분노와 슬픔의 제거!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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