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1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 민음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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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 사람은 가난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지만, 자신은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그러나 그 사람은 매우 부자인.. 이런 경우. 이 여자의 선택은.. 이런 잠깐의 줄거리는 어디서 읽어본 듯한 내용이었는데, 전체적인 내용은 읽어보지 못한 것임에 분명한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도 알아챌 수 없었던 모호한 책이었다. 안개.

초반에 등장하는 아우구스토는 약간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말을 실실 흘리는 이 남자는 어느날 길을 가다가 한 여자에게 반하게 된 순간 이후로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는 피아노를 치는 여자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아우구스토는 그녀 에우헤니아를 사랑하고 있음에도 사랑이라는 것이 정녕 무엇일까. 라는 생각에 빠져있다가 길에서 그녀를 만나도 알아채지 못한다. 한마디로. 생각이 많은 사람. 철학자였다.

사람이 생각이 많아지면, 큰 일을 치룰경우가 많은데, 이 아우구스토 또한 마찬가지 경우였다. 그는 결국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데, 죽으려는 찰나, 이 책의 저자 우나무노가 책 속으로 들어와 그에게 주장한다. "자네는 자네 마음대로 죽을수 없다" 라고. 아우구스토를 창조해낸 사람은 우나무노 작가 그였으니, 너의 죽음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아우구스토 너의 마음이 아니라 나의 결정이라고 말이다. 이렇게 작가의 출현으로 이 두사람의 대화가 진행되는데, 솔직히 여간 난해한 것이 아니었다.

작가 우나무노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아우구스토의 자살이 자살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은 결국 작가 자신의 글에 달리지 않았는가. 아니면, 자살로 이어지려 했던 아우구스토의 행보에 제동을 검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말하려고 했던 것인지, 도통 감을 잡지 못한채 끝을 맺은 책이었다. 사랑에 빠졌음에도, 자신의 사랑이 사랑인지 헷갈려 했던 아우구스토와 그가 말하던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자신의 사랑이 있음에도, 금전적인 것때문에 그를 찾아왔던 에우헤니아.. 그리고 마지막 뜬금없이 출현한 작가 우나무노. 약간은 조금 찜찜한 책이었다.. 아우구스토는 제목의 안개를 책에 유난히 많이 언급하는데, 그의 조금은 어리숙하고 많은 생각들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안개 같은 것. 인생은 구름 같이 모호한 것이다. 이제 그 구름 속에서 에우헤니아가 떠오른다. (p.34)

 사람은 얼마나 이상한 동물인가! 결코 종잡을 수 없다. 어느 때에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우리를 애무해 주다가도 우리가 그를 더욱 애무하려고 하면 그는 애무를 중단해 버린다. 그리고 우리가 그에게 복종하면 할수록 우리를 뿌리치거나 벌을 준다.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 자신은 알지 몰라도 우리는 알 도리가 없다. 그는 항상 자기가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것 같고 보는 것을 보지도 않는다.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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