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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굴레에서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평점 :
필립의 삶은 열정적이지 않은 평범함 그 자체이지만 그것에 특별함이 담겨 있었다. 1권에서 필립의 삶에 호통을 쳐주고 싶었던 생각을 2권에서는 좀 바껴지길 바랬으나, 2권의 막바지에 들 무렵까지도 그 생각은 벗어나질 못했다. 다리가 불편하였지만, 필립은 아버지의 직업이었던 의사공부를 계속했고, 의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실습을 나가게 된다. 그런데 그의 인생에 다시 나타난 그 커피숍의 여자. 필립이 그토록 사랑한다고 말했던 그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버려져 그 남자의 아이를 밴 채 필립 앞에 나타난 것이다.
필립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다시 자신앞에 나타난 그녀에게 예전 사랑의 감정이 다시 재발한것인데.. 빈털터리인 그녀에게 집과 옷과 사랑을 다시 퍼부운것. 그러나 비극적이게도 필립이 가장 좋아하는 동성 친구가 그녀와 사랑을 하게 되면서 필립은 또다시 찬밥신세가 된다. 어머니가 남겨주신 자신의 유산이 얼마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를 자신에게 가둬두기 위해 이 두사람의 사랑여행에 돈을 보태기까지 하는 필립.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가야 그의 사랑이 끝나버릴지..?
그녀와 필립의 친구 두 사람은 떠나게 되고 필립은 다시 혼자 남게 된다. 그리고 의사 공부를 하면서 만난 한 남자와의 인연으로 그의 집에 자주 가면서 가정의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왠지 아직 그 커피숍의 여인이 자꾸 찜찜하기만 한데, 역시나 한번 더 등장해 준다. 그러나 필립은 예전과 달라 있었다. 그녀를 자신의 집에 하녀로 들이면서, 오직 동정심만 남은 상태로 말이다. 필립을 다시 한번 유혹하기 위해 커피숍의 여인은 노력하지만, 필립의 마음은 떠난상태.
그리고 가정의 따뜻함을 알게 해 준 남자의 첫째딸과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필립의 사랑은 따뜻함으로 가득채워진다. 필립의 삶 속에는 많은 굴레들이 존재해 왔다. 물론 그 속에는 필립 자신이 만들어 낸 결과들도 있었지만, 삶의 운명적인 것도 있었다. 왜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적인 것에 내가 만들어 나간 것이 포함되는 것이 인간의 삶이 아닌가. 필립의 삶 속에서 많은 것들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평범함 속에 깃든 특별함. 그리고 직업에 대한 태도. 등이 현재를 생각하게 했다. 그러나 필립은 어리석었다고..
책을 읽을 때는 제 눈으로만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가끔은 제게 의미가 있는 어떤 구절, 아니면 어떤 어구인지도 모르겠는데, 그런걸 만나게 되고, 그러면 그것은 제 일부가 되지요. 전 제게 도움이 되는 것만 책에서 얻어내요. 같은 걸 열 번을 읽는다 해도 더 이상은 얻어내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제 생각에는 독자란 마치 아직 열리지 않은 꽃봉오리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읽거나 행한다고 해도 대부분은 아무런 효과도 얻지 못해요. 다만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것들은 꽃잎처럼 열리지요. 하나씩 하나씩 말예요. (p.23)
무엇보다 마음을 괴롭힌 것은 바로 얼마 전에 끝나버린 저 인생의 그지없는 허무함이었다. 그가 지금 살아 있다든가 죽어 있다든가 하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p.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