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렐의 발명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5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평점 :

'김씨표류기' 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정재영 씨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영화로, 한강의 밤섬에 우연찮게 머물며, 혼자 무인도생활을 하기 시작하는 영화였는데, 꽤나 재밌게 본 영화로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는 괴로웠지만, 혼자 무인도에서 사는 삶도 꽤나 즐기며 살던 유쾌한 김씨. 나도... 언젠가 무인도에 책과 나만 남아, 평생을 책만 읽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문득 그 영화 생각이 났다.
한 남자는 사형 선고를 받은 도망자 신세이다. 그는 쫒기는 신세로 이탈리아 사람의 말에 이끌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 빌링스 섬으로 오게 된다. 이 섬은 엘리스 군도에 속하는 섬으로 전염병이 넘쳐나 사람이 살 수 없는 섬이라는 소문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모렐은 그렇기 때문에 이 섬을 선택했고, 그 곳으로 목숨을 걸고 오게 된 것이었는데.. 어느 날. 이 사람이 살지 않는 섬에, 사람들이 나타났다.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섬의 언덕 꼭대기에는 박물관과 예배당 수영장이 있었고, 사람들은 모여 춤을 추기도 했으며, 서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도망자인 그는 섬의 낮은 곳에서 꼭대기의 그들을 바라보며, 숨고 있었는데, 그들 중 떨어져서, 항상 머물던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면, 다시 잡히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사랑한다는 이유때문에 그녀에게 접근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에게 가까이 가도 그녀는 이 남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그들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가지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들은 매번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대화라든지. 행동이라든지.
그들은 허구였다!
모렐이라는 한 사람이 발명한 기계로 인해서 매번 그들은 재 탄생한것이다. 이 도망자는 모렐이 발명한 기계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박물관 지하에 들어가보기도 하고, 유심히 그들의 대화를 듣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은 파헤치지 못하고 이 글을 남기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게 된 그 여인을 위해서, 모험을 겁내지 않게 된다.
그가 처음 섬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생긴 일들에서 약간의 흥미를 가졌으나, 생각지도 못한 다른 사람들이 허구의 존재가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약간 예기치 못하게 당황했다. 허구라니! 말이다. 그리고 이 도망자가 하는 이야기에도 믿지 못할 구석이 있어서, 의심으로 가득찬 책이 되어 버렸다.
모든 것은 바로 일주일 전에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내가 이 사람들의 초자연적인 출현을 목격했을 때였다. 오후에 나는 섬의 서쪽 바위 근처에 서서 벌벌 떨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해, 그러니까 너무 오랫동안 속세를 떠나 혼자 지낸사람 모양, 고작 집시 같은 여인을 보고 사랑에 빠지다니, 너무나 저속하고 통속적이라고 나 자신에게 말했다. (p.42)
우리는 항상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낄 것입니다. 왜냐하면 각각의 순간이 상영될 때마다 영원히 반복될 레코드에 기록된 그 순간의 기억 외에는 그 어떤 기억도 가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가 수없이 뒤로 미뤄 두었던 앞날은 영원히 그 속성을 간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p.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