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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7월
평점 :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사람과, 오래된 연애를 하면서도.. 나는 가끔씩 자신에게 물어본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라고. 생을 살아감에, 사랑이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주 사소한 것에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사랑이라는 단어가. 점점 흔해져가는 세상임을 알고 있다. 한 사람에게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졌다가도 그것이 금새 옅어질수도 있는 일이고, 내 사람을 가졌다고, 다른 사람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전혀 담기지 않는다는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자제할줄 알아야 하는것이 옳은 사랑이고,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임을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아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사촌(유부녀)을 사랑하게 되는 뉴랜드 아처는 확고하게 자신의 마음을 밝히지도 못한채, 자신의 아내에게 정착하게 된다. 물론 그것은 현명하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자신의 처신을 끝까지 지키는 아처의 아내 메리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처는 자신의 아내가 자신과 사촌 엘렌의 관계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정작 아내 메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아처가 아내에게 사촌 엘렌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려던 그 순간, 아이를 가졌다고 말했던 것이고, 그에 앞서, 자신의 사촌 엘렌에게 그 진실을 이야기 함으로써 엘렌을 떠나가게 한 것이다.
사회는 그 어떤 불륜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개인적인 것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친족세계로 넓혀 한 사람이 불경한 짓을 저지르면, 그건 그 가문의 불경한 일이 되버려, 소문나고. 그 한 가문의 일인것으로 치부된다. 이러한 일을 가장 환멸하는 것이 아처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엘렌을 좋아하면서도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엔 사회라는 의무에 메이게 된다. 엘렌또한 남편과의 이혼을 열망하고 그를 떠나왔으면서도, 집안 사람들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포기하고 만다.
요즘의 사랑에 비하면, 웃음이 나오기만 한 일이다. 각자의 사랑만 중요한 세상이 아닌가.. 아처는 결국 자신의 아내를 버리지 못하고, 몇명의 아이를 더 낳고, 아내가 죽는 것을 보고, 일흔아홉의 나이로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첫째 아들의 입에서, 자신의 아내가 엘렌과 자신과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는 말을 들으면서, 회한에 잠기게 되면서 책은 끝을 맺는데, 이루지 못한 사랑은 역시 가슴에 남는 것인지, 그는 아내보다 그 엘렌을 더 가슴에 담으며 살아가게 된다. 가지지 못한 사랑은.. 역시나 그렇게 큰가보다..
아처는 자신도 이런 태도에 물들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졌다. 그에게는 물론 다른 취미도 있고 관심사도 있었다. 휴가 때면 유럽을 여행했고, 메이가 말하는 '똑똑한 사람들'과 친분을 유지했고, 올렌스카 부인에게 말했듯이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일단 결혼을 하면 그의 진짜 삶이 펼쳐지는 이 좁은 삶의 여백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는 자기보다 열렬하지는 않았겠지만 나름대로 꿈이 있었던 젊은이들이 선배들의 조용하고 사치스러운 일상 속으로 점점 침몰해 가는 모습을 물리도록 보아 왔다. (p.160)
차이가 있다면 이 아이들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당연히 얻을 줄 알지만, 우리는 거의 항상 당연히 얻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는 점이지. 단지 궁금한 것은....., 앞일을 훤히 예상할 수 있다면, 그래도 심장이 거칠게 뛸 수 있을까? (p.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