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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 스트리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2
V.S. 나이폴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평점 :
삶에는 소소한 즐거움과 작고 큰 아픔들과, 다양성이 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의 면이 있고, 다른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나의 면도 있다. 그렇기에 삶은 살아가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다양성에 힘들어 질때도 있지만, 그로 인해 소소한 행복감을 맛볼 때.. 또한 있다. 미겔 스트리트라는 한 마을에서 생긴 이런저런 일들을 한 소년의 눈으로 바라보며 이야기 하는 책으로, 행복하게 읽어 내려갔던 책이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하고, 언제부터인가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시대가 되었다. 나조차도, 다세대 주택에서 살고 있지만, 옆집에 사는 신혼부부에게 인사는 커녕, 얼굴 한번 보지 못했다. 세상이 각박해진 것일까. 아니면, 살기가 바쁜 것일까. 미겔 스트리트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의 집안 이야기를 모두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 저 집엔 어제 저런 일이 일어났데~ 라든지. 그 집 식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데~ 라든지 말이다. 우리의 옛날 마을처럼, 그들은 각 개인에게 일어난 일이 그 다음날에는 모두 알게 되는 그런 정이 있는 마을이다.
평범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미겔 스트리트에 사는 사람들은 참으로 개성이 강한 인물들이 유독 많았다. 갑자기 사라졌다 어느 날 나타나 사람들을 놀래키는 보가트아저씨. 이름 없는 물건을 만들고 행복해 하는 포포아저씨. 아버지가 각기 다른 열명의 아이들을 가지고 있는 로라. 분홍색 집에서 살고 있는 조지. 모두가 미쳤다고 생각하고 있는 맨맨 아저씨. 모두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쓰레기 수거차를 모는 에도스.
이들은 모두 특별하지만, 힘겨운 삶을 살아가면서도 그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다. 미겔 스트리트는 그리 잘 사는 동네가 아니다. 삶이 더 힘겹기 때문에 소소한 행복을 쉽게 찾을 수 있는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년 나이폴은. 그들의 인생을 보면서, 이 미겔 스트리트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소년이었다. 마을 사람들의 힘겨움과, 고난을 지켜보면서, 어쩌면 벗어나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섬나라를 비난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다는 것은 소년의 글에서 너무도 잘 느낄수 있게 되는데, 주민들 하나하나를 애정이 넘치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글을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행복한 미겔 스트리트.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 볼수 있는 책으로.. 재밌게 읽었다..^^
만약 어떤 외부 사람이 차를 타고 미겔 스트리트를 지나간다면 그는 "빈민굴이구먼!" 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그의 눈에는 빈민굴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서 살고 있던 우리는 그 거리를 하나의 세계로 여기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는 모든 사람이 각기 특유의 개성을 지니고 있었다. 맨맨은 미치광이었고, 조지는 바보였으며, 빅 풋은 폭한이었다. 해트는 모험가요, 포포가 철학자라면, 모건은 우리 동네 희극배우였다. (p.100)
삶이란 참으로 끔찍스러운 것이라고. 불운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니. 그저 앉아서 그 불운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으니! (p.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