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눌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1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 민음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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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 고독한 방랑자...

크눌프의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서.. 나는 내내 나쓰메 소세키 작가의 책 <그후> 에 나오는 주인공 다이스케가 생각이 났다. 자신이 굳이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하루하루를 자신의 서재에서 보내거나 가끔 돈을 받으러 큰집엘 간다거나 산책을 하는것이 그의 일과의 다이다. 물론 크눌프의 삶과 다이스케의 삶이 완전히 같다는 것은 아니다. 

소세키 작가의 '다이스케'는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어느정도 부를 소유하고 있으므로, 자신이 특별히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친구가 '자네는 왜 일을 하지 않는가' 라는 물음에도 다이스케는 담담하고 자신있게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일에 얽매이기는 싫다고. 살만한 형편이 되는데 왜 굳이 일을 해야 하냐고 말이다.  그러나.. 여기 이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는 전혀 부유하지가 않다. 그는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떠돌아다니면서, 친구들로부터 돈을 얻기도 하고, 또 잠시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을 부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항상 수염을 갂고, 옷을 깨끗이 입는 사람이었다. 

세상을 자유롭게 여행하고, 또 여러곳에서 친구를 만들며, 여자들로부터는 재미있는 말과, 많은 지식들. 깨끗한 행동거지. 등으로 인기가 좋다.  오래전의 자신이 방문했던 마을을 찾은 크눌프는 몇일동안 묵을 수 있게 부탁하기 위해 무두장이의 집을 방문하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이때 크눌프는 몇주동안 병원에 있다가 갓 퇴원을 한 상태였다. 그는 폐결핵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오랫만에 크눌프를 본 무두장이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고, 자신의 집에 묵을 것을 기분좋게 허락하게 된다. 남자건 여자건 크눌프를 어디서건 반갑게 맞이해준다. 그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며, 뭐랄까... 부드럽다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이다..

무두장이는 자신의 아내를 소개했고, 무두장이 아내는 자신의 남편(거친일을 하는..)과 전혀 다른 크눌프에게 호감을 갖게 되지만, 크눌프는 그것을 알게 되면서, 몇일간만 그곳에 머물뿐. 곧 떠날 생각을 한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그 집에서 만난 하녀와의 만남. 그가 수염을 갂는 장면이나, 옷의 단추를 새로 다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그렇게 무두장이의 집을 나서고, 다시 자신의 고향으로 발걸음을 하던 중 의사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그가 크눌프의 병을 눈치채고, 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마부를 불러서 병원까지 데려다 달라고 말하지만, 크눌프는 병원까지 가지 않고, 내려서 다시 그의 방랑을 또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의 하느님과의 대화. 크눌프는 그렇게 생을 마감한다.  일을 하지 않고 사는 삶. 크눌프..그리고 또 다른 다이스케 성공을 위한 자기계발서를 보다가 가끔씩 이런 인물들을 만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숨통이 트여지는것 같다. 치열해지기만 한 사회에 이들의 이런 삶이 성공적인 삶보다 더 마음에 깊이 남겨진다..

무두장이는 약간의 질투심을 느끼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는 자신의 지하 작업장으로 가면서 그저 구경하는 것 외에는 삶에 대해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이 독특한 친구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그의 이런 태도를 거만한 것이라 해야 할지 겸손하다고 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일을 하고 발전을 이루어가는 사람은 당연히 여러 가지 면에서 더 나은 삶을 살기는 하지만, 결코 그토록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손을 가질 수 없었고 그토록 가볍고 날렵하게 걸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아니, 크눌프가 옳았다. 그는 자신의 천성이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었고 다른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따라하기는 어려웠다. 그는 마치 어린 아이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그들을 자신의 친구로 삼았으며, 모든 소녀들과 여인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매일매일을 일요일처럼 살았다. 사람들은 그가 자신이 살아온 방식대로 계속해서 살아가도록 내버려둘 수 밖에 없었다.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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