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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짠
노희정 지음 / 책나무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술을 싫어한다. 소주 한잔 들이켜고, 대학교 가로수에 거름을 준 적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도 술은 잘 마시지 못한다. 한 잔이라도 마시면 금새 얼굴과 목. 심지어 온 몸은 벌겋게 된다. 정신은 멀쩡한데 이상하게도 몸은 받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술 잘하는 여자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있다. 도란 도란 남자친구와 술잔을 번갈아 가면서 잘 마시는 여자들을 볼때면 더욱 그렇다.
술을 그리 좋아하질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술 마시고 주정하는 사람은 최악으로 여긴다. 밤거리에 취해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을 보면, 혀라도 쯧쯧- 차주고 싶은 심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지만.. 나도 가끔은 취하고 싶은 날이 있다. '오센' 에 나오는 아오이 유우 처럼 술 한잔 거나하게 마시며 "캬아~ 역시 술은 최고야." 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시원하게 한잔 마시고, 취하고 싶은 날이 말이다. 허나 몸은 받아주지 않는다. -.-;
술짠- 술마시면 짠- 하는 느낌과 또, 술이 담긴 잔의 술짠.
노희정 작가는 진정한 주당이셨다. 소주 2병은 기본에, 한잔 마시고 말거면, 아예 안마신다는 신조를 가지고 계신, 남자 못지 않은 술에 관한 애착을 가지고 계신다. 책을 읽다보니, 그녀의 주당은 가족의 내력에서 온것 같았다. 술때문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한잔도 못하지만 아버지를 위해 술을 빚은 어머니. 그리고 술 빼놓으면 시체인 친오빠. 그리고 주당인 그녀.
술을 마신 기억은 있는데, 깨고 보니, 경찰서였는데, 옆에서는 남편이 경찰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자신을 차에 태워 집으로 간 기억. 술때문에 친구와 연락을 끊게 된 사건들.. 술에 관해서 그녀는 참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과하면 좋지 않다는 게 술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녀는 술을 끊지 못할 것 같아 보인다.
책에는 그녀의 술에 관한 애찬론과 또 그녀가 읽은 술에 관한 주제를 가진 다른 책의 일부분도 언급된다. 그리고, 이 책이 단순히 술에 관해서가 아닌 노희정 작가 자신의 술에 관련된 진솔한 가족이야기나 자신의 과거.현재. 또 술과 함께하는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한층 더 술 맛처럼(술맛도 모르는기 술맛이란다-.-; ) 싸아한 여운감을 주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책이었다.
아- 오늘밤 나도 술 한잔 해볼까나-
거름 줄 준비하고-
술은 사회의 진정제이며 윤활유이다. 사람들은 술로 인하여 이득을 얻는 경우도 많다. 술은 사람들 사이의 벽을 허물고 서로 통하게 하는 묘약이다. 또한 날로 좁아져 가는 지구촌에서 빠른 시간 내에 빠른 문화를 이 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술과 음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p.63)
술은 인간이 빚는다. 술은 인간의 본성을 자극한다. 어느 정도 마시고 취하는 건 자유다. 인간도 술도 그 누구도 탓을 하면 안 된다. 또한 세상 탓을 해서도 안 된다. 요즘 못살 세상이라고 술을 욕되게 마신다. 술은 힘든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술은 힘든 사람에게 용기와 힘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술은 희로애락 그 모든 삶 속에 함께 존재하고 인간이 살아 숨 쉬고 함께 하고자 하는 한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p.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