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함께 커나가는 성장소설.

워낭 ㅣ 담쟁이 문고
이순원 지음 / 실천문학사 / 2010년 1월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특이하다.석기시대 이후, 우리와 함께 해 온 소. 소는 농사에 있어서 농부와 함께 일을 하고. 밥을 먹는 동물이었다. 그런 소의 성장이야기와 차무집 집안에서 성장한 소와 그집 아이들이 커서 아버지가 되고 또 할아버지가 되는 성장이야기가 함께 들어있다. 사람과 소의 성장이야기. 오래된 옛 이야기처럼 어른이 읽어도. 또는 초등학생부터 읽어도 무방할 그런 책이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의 촛불 시위로 나선 한 가족들을 하늘에서 쳐다보고 있었던 소 한마리가 있었다.
" 그건 틀림없는 그 아이였다." 라고 소는 알아보았다. 땅 위에서 살았을 적 그 아이와 함께 들로 나가고 산을 함께 누볐던 그 아이. 라고 소는 읍조렸다.

시작은 흰별소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 오랜 옛날 '그릿소'라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소를 키우지 못한 가난한 집 사람들은 소가 있는 집의 암소를 길러다 키우고 그 암소가 새끼를 배면 그 새끼는 자신들이 가지고 암소는 다시 주인집에 돌려주는데. 그 암소를 두고 '그릿소'라고 한다. 차무집에 들어온 흰별소는 그 '그릿소'가 낳은 흰별소 였다.

흰별소는 그렇게 차무집에서의 나고 자랐으며, 차무집의 부부는 그 소를 식구처럼 대했다. 그릇을 닦는 행주로 송아지 코와 입을 닦아주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그렇게 흰별소는 열몇마리의 새끼를 낳았고. 그중 미륵소가 다시 외양간의 주인이 되고. 버들소. 다시 화둥불소. 흥걸소.외뿔소.콩죽소.무명소.검은눈소.우라리소.반제기소 까지. 차무집에서의 소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소와 함께 커나가는 차무집네 사람들의 이야기. 소를 한 가족처럼 여기고 생활하는 그들의 모습이 따뜻해 보였다. 그리고 친자식이 아님에도 불구인 아들을 친아들마냥 대했던 차무집 주인. 그리고 그의 아들과 또 손자들. 마음이 따뜻해졌던 성장소설이었다. 왠지 이 책의 한구절 어디를 뽑아도.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그런 문학 한구절이라고 생각해도 전혀 이상할게 없어 보였던 작품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로 본 <워낭소리> 에서의 소와 할아버지 내외가 참 많이도 생각이 났었다. 책 제목이 '워낭'인 만큼. '워낭'에 관계된 소와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오랫만에 푸근하고 정겨운 책 한권을 만난것 같아 기분이 좋다.

평생을 사람보다 소와 더 많이 걸었던 세일은 머리가 희끗희끗해질 때까지 소와 함께 대관령과 삼팔선을 넘나들었다. 그는 평생의 친구와도 같은 소와 함께 걷다가 걸음을 멈추고 싶어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그가 길 위에서 걸음을 멈춘 것은 더 이상 끌고 다닐 소가 없게 되어서였다. 흙길이었던 대관령 길과 삼팔선 길이 말끔하게 포장되고 쉴 새 없이 자동차가 오갔다. (p.268)

그리고 또 사람들은 잊었다. 산다는 게 그런 것이었다. 늘 급한 것은 따로 있고, 아름답고 애틋한 것은 삶의 뒤안길 저 멀리 있었다. (p.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