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떠난 조선의 지식인들 - 100년 전 그들은 세계를 어떻게 인식했을까?
이승원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백년 전 조선. 생각보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세계여행을 하였다. 그들은 나라의 공무때문이기도 했지만 또 개인적으로 떠난 사람도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 심지어는 세계일주까지 한 사람도 있었으니-  그들은 많은 기행글을 남겼고 이 책에 그들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읽기도 전에 나는 기대로 부풀어 올랐었다.

아주 오래전 조선쯤인가. 우리 나라에 와서 여행한 한 미국여성의 글을 실어놓은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녀는 우리 나라를 미개하고 더럽다고 표시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근면성과 친절에 관한 글도 있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러면 우리나라 조선 사람들의 해외 여행은 어떠하였을까? 그들은 많은 문명세계들과 아프리카 원시인들의 모습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궁금했다.

어쩌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같은지도 모른다. 자신이 겪은 딱 그 환경만큼 말이다. 미국의 신여성이 우리나라의 환경을 보고 더럽고 미개하다는 말은 그렇게 보면 이해할 말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조선 지식인들은 서구 문명을 보고서는 조선은 언제 이토록 될것인가. 라고 개탄해 마지않았지만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대하고 나서 그들을 더럽고 추악하다고 그들의 기행문에 써 있었다. 인간이하였다고. 
 

그들이 마주한 세계는 눈이 휘둥그래질만큼 조선과 달랐다. 하지만 조선사람들은 그들의 문명을 직접 마주하고 찬탄하며 조선의 처지를 안타까워했지만 반면에 그런 신세계를 보면서도 자신의 시선 그 이상을 보지 못하고 기기음교라고 단정지은 지식인들도 있었다. 그 결과는 그냥 단순한 여행에 그쳤기도 하였지만 자신의 공부를 위해 다른 나라로 떠난 사람들도 있었고, 비참한 최후로 끝낸 지식인들도 있었다.

너무도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아닌 역사 속 조선인들의 세계 여행. 그들이 조선을 떠나 세계속에서 눈이 동그레지는 그 모습을 내가 보고 있는 것 같은 엿보는 기분으로 읽은 책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책 속에 작가 이승원씨의 생각이 많이 담겨있었던 점인데.. 그 중간 중간에 조선인들의 기행문이 있었다. 반대로 그들의 기행문 위주로 책이 이어져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스크바 시가는 너절하다. 그리고 무슨 폭풍우나 지나간 듯하여 공습할 것이 없어 보인다. 사람들은 모두 실컷 매 맞은 것같이 늘씬하고 아무려면 어떠랴 하는 염세적 기분이 보인다. 남자들은 와이셔츠 바람으로 다니고 여자들은 모자 쓰지 않고, 발 벗고 다닌다. 내용을 듣건대 비참한 일이 많으며 외국 물건이 없어서 국내산으로만 생활케 됨으로 물가가 고등하고 불편한 점이 많다고 한다. (p.156 나혜석)

프랑스의 대표될 만한 것을 구경하자는 동의에 나도 찬성하고 소위 이상한 활동사진과 일본말로 노조키 라는 것, 즉 '엿보는 것'을 실제로 보니 너무도 어이없고 기가 막혀 이것이 소위 문명인가 하고 놀랐다. 참으로 야릇도 하다. (p.240 정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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