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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자의 꿈, 존 뮤어 트레일 ㅣ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여행 6
신영철 지음, 이겸 사진 / 은행나무 / 2009년 8월
평점 :
하루쯤 시간을 내어 남자친구 따라 잠깐 팔공산 갓바위 등산이나 짬짬히 하는 나에게 트레킹은 언젠간 꼭 해보고 싶은 일들 중 하나였다. 그것조차 남자친구는 나에게 갓바위도 헥헥거리며 올라가는데 그건 절대 하지 못할꺼라고. 핀잔을 주지만 말이다..-.-; 등에는 큰 등짐을 지고 산을 오르면서 거기서 잠을 자고 또 다시 걷고.. 산을 느끼고.. 언젠간 해보는 날이 있을까? 아마도..? 리얼리? ㅎㅎ
미국의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존 뮤어 트레일은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길이다. 그 길을 최초로 발견해 낸 사람인 존 뮤어 라는 사람의 이름을 딴 이 길은 책에 실린 사진만 봐도. 아아- 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곰과 사슴. 그리고 호수가 많은 곳. 시에라네바다.
저자인 신영철씨와 그의 친구 하워드. 그리고 사진작가인 이겸씨. 화가인 김미란씨. 이렇게 총4명이 이 대장정에 올랐다. 하루에 20킬로미터씩 총 18일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그들은 그 길 위에서 멋진 장경과 곰과 많은 사슴과 또 말로 못할 많은 자연을 접한다.
요즘들어 느림의 미학에 매력을 느끼는 나는.. 그들의 이 순례길이 너무나도 매혹적이었다. 밤에 자기 전 모닥불을 피워놓고 있으면 온통 까만 세상에 하늘엔 무수한 별들이 찬란히 빛나고, 그들의 베낭을 탐하러 왔던 산 속 곰은 다음말 그들의 찢어놓은 봉지 속 하얀가루를 입가에 온통 묻힌채 그들과 조우하기도 한다.
그들의 여행은 끝이 나고 각자의 가슴속에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할 많은 것들을 담고 그곳을 떠난다. 세계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존 뮤어 트레일. 나도 그곳이 몹시도 그리워진다..
침묵은 묘하다. 말을 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게 된다. 소리 낼 때는 듣지 못했던 것을 듣게 된다. 조용히 길을 걸으면서 자신의 내면을 만나게 된다. 내 안의 자아와 소리 없는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렇게 자연은 여유로운데 왜 그렇게 내 삶은 바쁘기만 했을까? 바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난 듯 깨어있는 시간을 몰아붙이기만 했을까? 그렇게 바쁘게 살아 얻은 것이 과연 무엇인가? 그것이 내 삶에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잃고 난 후에 느림과 여유의 소중함을 알 수 있을까? 일부러 의식한 것도 아닌데, 숲길은 그런 새로운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준다. (p.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