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지기가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
나시키 가호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읽는 내내 청초한 기분이 들게 했던 책이었다.

목차를 보니, 배롱나무부터 시작해서 고향초.수련.달리아.어성초.하눌타리.... 포도까지 순번으로 해서 총 28가지의 과일이나 풀.나무.꽃 등의 이름이 등장한다. 혹시.. 설마.. 28개의 각기 다른 단편인건 아니겠지? 생각했다. 앞전에 읽은 <이야기꾼 여자들> 책처럼 각각의 단편 이야기 17편이 들어 있던 것처럼 말이다. 제목에서의 보여주는 느낌이 그 책과 진행이 비슷하게 이어질거라는 것을 암시했지만.. 다행이 연관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집지기. 잡지에 글을 기고하거나 청탁을 받았을때 글을 써주면서 그것으로 돈을 벌어 겨우 생활해 오던 그는 친구가 죽은 고향 집에 집을 지키는 집지기로 혼자 머물며 얼마의 돈을 받으면서 생활을 하게 된다. 그가 그곳에 머물면서 생긴 이러저러한 일들을 하나씩 꺼내 놓은 책이다.

그가 내놓은 28가지의 이야기들이 현실에서 실제 있은 이야기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를 상당히 잘 느낄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하지만 현실성 없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고. 또 목차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청초함이 느껴진다. 풀 내음과..

죽은 친구 고도('고도를 기다리며'에서의 고도와 같다. ㅋㅋ)는 그 집 족자에서 어느날 밤 배를 타고 홀연히 친구의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또 나타난 한마리의 떠도는 개. 이 개와 집지기의 생활이 함께 시작된다. 나무사이에서 떠도는 요괴. 너구리귀신. 갓파에 관련된 이야기. 풀과 꽃 이야기들이 기이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족자속에서 틈틈히 나와 주는 친구 고도와 왠지 모를 특별한 능력을 지닌 개 고로(고도가 지어준 이름 ㅋㅋ) 그리고 그 모든 기이한 것들을 감지하는 집지기만의 청초한 이야기.

처음 만나는 일본 작가에 특별한 감각과 생경했던 청초한 느낌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던 책이었다.

끊임없는 메미소리도 지금은 멀어지고, 희미하게 남아 있는 그 소리는 어떨 때는 지칠 대로 지친듯 힘이 없고, 또 어떨 때는 갑자기 귓가에서 쇠종을 치는 것처럼 시작되었다가는 허무하게 끝나, '아아, 올 여름도 이대로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구나.' 하고 초조한 것인지 슬픈 것인지 모를 기분이 들게 한다. (p.81)

 
그래서 왜일까 하고 생각했지요. 매일 근심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이상적인 생활이 아닌가 하고요. 하지만 결국 그 우아함이 제 성질에 맞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주어지는 이상보다 각고의 노력으로 움켜쥐는 이상을 추구하고 있어요.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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