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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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전적 소설로 뒤라스 작가의 어릴적 그녀의 삶과 가족. 그리고 연인을 엿볼수 있는 책이다. 1996년에 사망하였으며, 그녀의 할머니 모습은 책의 뒷편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책 표지의 앞쪽 여자의 모습은 누군지 모르겠다. 책에서 언급되어졌던 것처럼 주인공(뒤라스)이 십대때 양갈래 머리를 자주 땋았다고 했었는데. 그녀의 십대 모습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영화화한 장 자끄 아노 감독의 영화 <연인>의 주인공일지도 모르겠다.

이혼경력이 있는 엄마는 재혼을 하자마자 남편이 죽어버리고 두명의 아들과 딸 이렇게 세아이를 키우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그녀의 성격은 히스테릭했고 첫째아들에게 모든 것을 믿고 의지하지만 그녀가 믿는 첫째 아들은 난폭하고, 백수에 마약으로 집안의 재산을 탕진한다. 그리고 그런 큰오빠를 동생들은 싫어한다. 그 중에서도 제일 막내 주인공 소녀가 죽기만큼 싫어한 사람이 큰오빠였다.

가족의 생활은 삭막했고, 소녀는 기숙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메콩 강을 건너면서 그 한남자를 만나게 된다. 제목의 그 '연인' 말이다. 중국인이며, 아버지의 재력으로 부유했던 그 남자는 메콩 강 언저리에서 양갈래로 땋은 머리. 남자용 중절모. 그리고 생사 원피스와 굽이 높은 구두. 차림의 열다섯 그녀에게 반하게 된다. 그리고 소녀는 그날 이후 그 남자의 방을 드나들게 된다.

가정과 학교 그 어디에서도 따뜻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그녀의 삶에 욕망과 사랑을 준 그 남자. 가르쳐준 남자는 아니었다. 처음이었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렇다고 소녀는 그 남자에게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만나야 할 누군가가 필요했을 뿐. 그렇게 두 사람의 사이는 계속되고 그 남자의 사랑은 깊어만 간다. 하지만 시작이 그러했듯. 사랑은 계속되질 않는데..  그 남자는 아버지의 추천으로 한 여인과 결혼하게 되지만 만족하질 못했고 훗날 그녀를 만나게 되었을때 아직도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책의 시점은 자꾸 변한다. 어느 때는 책 속 소녀의 시선으로였다가. 또 어느 때는 금새 현재의 나이든 작가의 시선이다. 그리고 허구와 실재의 계속되는 마주침. 책을 읽음에 있어 약간 끊어지는 기분이 있긴 하지만..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했고, 나름 괜찮게 읽은 책이었다. 하지만 살짝  지루한 감은 있다.

욕망을 외부에서 끌어 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욕망은 그것을 충동질한 여자의 몸 안에 있다. 그게 아니라면 욕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첫눈에 벌써 욕망이 솟아나든지 아니면 결코 욕망이란 존재하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성욕과 직결된 즉각적인 지성이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나는 경험하기 이전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p.27)

 
내게 전쟁은 큰오빠와도 같다. 전쟁은 큰오빠처럼 도처에 번지고, 침입하고, 훔치고, 또 감금한다. 또한 모든 것에 섞여 들어 머릿속에도 몸속에도 생각 속에도 존재하며, 깨어 있을 때나 자고 있을 때나 시종일관 제어할 수 없는 취기 같은 욕망에 사로잡혀 사랑스러운 영토 같은 어린아이의 몸을, 나약한 자들이나 패배한 민족들의 육체를 점령한다. 악은 바로 거기에, 우리 피부에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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