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정리인은 보았다!
요시다 타이치 지음, 김석중 옮김 / 황금부엉이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유품 정리인- 처음 들어보는 직업이었다. 죽은 사람의 물건을 정리하거나. 시취(시체의 냄새)를 없애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유품 정리인 이라고 한다.

고독사.. 노인이나 혼자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방에서 홀로 죽었을때, 그들이 발견되기까지는 바로 당일이 될수도 있지만 그 이상이 될수도 있다. 그들은 자살이나 타살이나 또는 어떤 이유로 홀로 외롭게 죽어가고 그들의 시취는 가구와 등등 유품에 배인다.

저자인 요시다 타이치는 일본에서 유품정리인으로서 사업을 하시는 분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일을 의뢰받고 있고, 이 책을 옮긴 역자이신 김석중 씨는 그와 의형제를 맺었고 그의 도움을 받아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유품정리인을 설립하였다.

유품정리인. 꽤나 괜찮은 일 같았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남은 물건을 정리한다는거.. 생각해 보면 꺼릴수도 있겠으나. 그것을 의뢰하는 가족이나 타인의 입장에서는 꽤나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는데, 이 책은 요시다 타이치 씨가 의뢰인들로부터 의뢰를 받고 집을 직접 찾아가 시체의 시취나 그들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생긴 일들 46편을 담고 있다.

이 46편의 이야기들속의 의뢰 중 약 60%가 가족과는 따로 나와 홀로 사는 사람들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저자 타이치 씨는 사람이 죽은 후 시체가 몇개월이 지난 후 발견하기도 하였다. 엄청난 시취냄새와 자살이나 타살에 의할땐 또 방 곳곳에 묻어 있는 핏자국들. 어떤 의뢰한 가족들은 유품은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그냥 처리해달라고만 하는 난감한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특별하고 꺼릴수도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를 비롯해서 이 회사 사람들은 그 일에 특별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한다고 한다. 말하자면 꼬마아이가 말했던 것처럼 '천국으로 이사를 도와주는 사람' 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혼자 사는 독거노인들의 문제가 시급하다고 타이치 씨는 언급한다.

같은 건물에 살면서도 바로 아래층의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을 한달동안이나 몰랐던 아들. 어린 아들의 자살. 캄캄한 어둠 속 시체 때문에 생긴 구더기와의 혈투. 자신의 아내를  죽여놓고 떳떳하게 의뢰를 부탁한 남편. 부자였지만, 그 누구보다 고독하게 살았던 할머니의 죽음.

유품을 정리할 상황이 못되는 사람들... 그들에게 이런 유품정리사들의 일들은 많은 도움이 될것 같다. 죽음은 우리에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가까이 있음을.. 금방 읽은 책이었다. 좀 이와 비슷한 다른 이야기가 더 있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과 함께. 책장을 덮었다.

아무리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던 죽음이라 하더라도 죽음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생활리듬을 깨뜨리고 정신적, 육체적인 균형을 무너뜨린다. 장례를 마치고 49제나 1주기까지 기다려서 유품정리를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p.97)

 우리들이 운반하는 물건은 말 그대로 '물건'이지만 그것들은 단순한 물체를 넘어선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그 중에서도 고인이 남겨 놓은 '유품'은 한 사람의 인간이 살아온 증거이고, 또한 인생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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