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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ㅣ 현대문학 테마 소설집 1
하성란.권여선.윤성희.편혜영.김애란 외 지음 / 강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여성 작가 9명의 서울에 관한 9편의 단편모음집이다-
21살때 호텔에 한달동안 대학실습을 위해 가방을 싸들고 친구들이랑 도착한 서울의 모습은 나에겐 충격적이었다. 그날따라 황사가 심했고, 도시는 온통 휘뿌였기만 했다- 하필이면 그런 날씨여서 내게 서울은 뿌연서울로 각인되어버렸다. 그리고 한달동안 서울의 생활은 글쎄.. 그리 기분좋은 곳은 아니었다.
9명의 여성 작가들의 서울에 대한 9편의 단편들은 아주 차분하게 서울을 그리고 있다. 물론 헉- 하는 끔찍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대체로 차분하다.
빽빽히 들어찬 도심속에 위치한 북촌 한옥마을 속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 죽음을 앞 둔 아버지와 간병하는 딸 자신의 이야기. 친한 척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서로 속이고 속는 서울 사람들의 이야기. 같은 주택에 사는 이웃들의 비밀스런. 남편조차 비밀스런 이야기. 자살생각밖에 안하는 서울에 사는 한 여자의 위험한 도로의 질주. 열두살에 영혼이 된 누이의 동생을 찾는 동안 바라보는 서울의 풍경. 죽음을 앞 둔 할머니를 위해 친구들과 함께 캠코더에 서울과 일상을 찍는 다큰 어른들. 서울로 이사가는 날 생긴 비극. 입주한 장미빌라에서의 벌레들과 벌이는 끔찍한 일들.
서울은 그렇게 서울이 고향인 사람들조차 때로는 색다르게 보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내게 서울은 그런 좋지 못한 느낌의 서울이긴 하지만 그래도 매력적인 도시라고 생각하고 있다. 매력적이고- 상처가 가득한 도시- 자기만의 색깔로 서울이라는 곳을 그려낸 9명의 여성작가들의 색감이 독특한 단편소설이었다.
당신에게.. 서울은 어떤 곳인가요? 
누군가 그대 앞에 찻잔이든 술잔이든 빈 잔을 내려놓는다면 경계하라. 그것은 처음에는 온화하고 예의바른 권유로 보일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그것이 그대에 대한 가장 잔인하고 난폭한 지배로 돌변할 수도 있으니. 애당초 빈 잔에 이런 무시무시한 의도가 담겨 있었을 수도 있다. 닥치고 마셔! 안 마셔? 좋아! 두고 보자고. 결국엔 마시게 될 테니! 그녀는 무기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엔 마시게 된다. (p.71)
흘러가는 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둬. 라고 연선배는 오래전 그녀에게 충고했다. 감정이 흐르는 대로 그냥 흘러가게 놓아두라고. 부질없음을 부질없음으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따져 묻지 말라고도 했다. (p.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