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단편보다 장편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장편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바램으로 읽기 시작한- 항상 읽기 전보다 읽고 난 후가 더 좋았던 온다 리쿠 작가의 책이다. 하지만 나의 기대는 빗나가고 15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이다. 하지만 '단편은 별로 안 땡겨' 라는 나의 예상을 또 어김없 작가는 깨놓았다.

책을 다 덮은 뒤에 남은 건. 나비의 팔랑거림처럼 각각의 이야기들이 내 머리속을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이 단편들을 연재하면서 작가는 자신의 빈곤한 상상력에 충격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도대체 빈곤한 이라는 말을 쓸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하나 하나의 단편마다 기발하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온다 리쿠 작가의 장편만 읽어 온 나에게는 새로운 신선함이었고, 또 장편에서 느꼈던 몽환과. 환상을 더불어 느낄수도 있었던. 독특한 작품이었다. 호러. 미스터리. 환상적.SF. 괴기함. 아이의 상상력까지- 특히 '야상곡'에서는 마지막 단편인 만큼. 장서가 가득한 방에서 누군가의 이끌림에 의해 글을 쓰는 이야기로 마무리되어 있어서 독특했다.

관광여행
크고 작은 돌 손이 땅속에서 솟아나오는 한 마을- 몰래 관광이 시작되는데. 이곳에 가서 나올때 돌을 가지고 나오면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사라진 사람들-

저녁식사는 일곱 시
세명의 아이들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모르는 한 단어를 들으면 상상한 대로 무언가가 나타난다. 그걸 방지하고자 호주머니에 후추를 넣어다니는데. 상상력으로 나타난 그것들은 후추로 재채기를 하면 사라진다.

당신의 선량한 제자로부터
어릴 때 제자의 죄(못된짓을 일삼는 아버지를 죽이는)를 눈감아 준 선생님. 그 제자로부터 어느날 한통의 편지를 받는다. 어린 시절 이후 그 제자는 나쁜 인간들을 찾아다니며 살인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과연 죄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선악의 판단기준은 도대체... 무엇인건지..


작은 틈만 보면, 공포를 일으키는 한 남자- 자신의 모든 집을 틈을 막아버린다.. 그리고 한 여자의 눈에서 그 틈을 보다.

당첨자
로또 당첨자를 살인하는 사람들- 가족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네들이 돈에 얼마나 허덕이고 큰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는 단편-

각각 색다른 소재의 단편 이야기들은 위 이야기를 포함해 15편이 들어 있다. 팔랑팔랑 나비의 날개짓처럼 들려오는 색다른 별난 이야기들을 들어보실수 있는 단편으로 그녀의 장편소설만큼 꽤나 괜찮았다.

진정으로 착한 사람이 아닌 인간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은 별 생각 없이 상투적인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고 어디선가 들었음 직한 대사로 얼렁뚱땅 넘기려 한다. 그럴듯한 말, 잘 알려진 흔한 말, 빈껍데기 말. 착한 사람의 역할을 연기하고 있을 뿐인 그는 그 역할에 잘 어울리는 친숙한 말을 별 생각 없이 썼다. 그러니까 자신의 말로 말하지는 않은 것이다. (p.47)

 

이런 날은 누구든 조용히 망가지고 말아. 요리하던 여자는 남편을 찌를 식칼을 장바구니 속에 몰래 숨기고, 성직자는 혼자 기도하는 고아를 범하려고 슬그머니 커튼을 들추지. 평소에는 닫혀 있던 서랍이나 작은 상자도 오늘 같은 날에는 말이 많아져. 깊이 숨겨 두었던 편지나 잊고 지냈던 비밀 연애담도 잔기침을 하면서 속살거리기 시작할 거야.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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