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 사형수라 할지라도-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3월

누구에게나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

사실 어두운 책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이 책은 어둡다- 라고 표현될 만한 책이었지만 그 어두움이 좋았던 책이다. 삶과 죽음. 그리고 평범한 사람의 죽음을 해친 사형수의 죽음. 선과 악을 구분하는 죽음에 어떤 차별을 두어야 하는지. 그 차이에서 살인자의 목숨도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누구에게나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거라고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것이 아니었나 싶다.

고아 출신 주인공 나는 어린 아이였던 어느날. 새장에 있던 이쁜 새 한마리를 뱀 한마리가 새장에 들어와 삼켜버리고 불룩한 배 때문에 새장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새장에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뱀의 눈과 마주친다. 뱀은 새를 먹어치웠다는 만족스러운 기분도 아닌. 그렇다고 새장을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포기의 표정도 아닌. 그런 허망한 눈빛을 마주하고 자신의 눈빛이라고 생각한다-
 

커서 교도관의 직업을 가진 그는 범죄자들과 사형수들을 보면서 그들에게서 인간적인 무엇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그들에게 있는 범죄의 기질을 느끼기도 하는데. 무고한 한 여자를 죽이고 그 여자의 남편을 죽인 사형수 소년 열여덟 살 야마이가 들어오게 된다. 야마이를 맡은 그는 그 소년에게 자꾸만 마음이 가고. 그 야마이도 그가 '형'이었다면.. 하는 마음을 가진다.

아무 죄가 없는 사람을 죽인 범죄자를 사형시키는 것은. 정당한 것일까? 죄를 짓고 들어온 사형수 야마이에게 주인공 교도관인 나는 너의 죽음은 정당하다. 하지만 니가 죽기 전까지 모든걸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준다. 사형수인 너에게도 살만한 이유는 있는 거라고- 그가 고아원에서 어렷을적 자살 시도를 했을때 고아원 원장인 그 사람이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 말을 해준다. 그리고 야마이는 변한다. 그가 가져다 주는 책을 보며. 음악을 즐긴다. 그리고 변호사에게 자신의 범죄 모든것을 털어놓는다.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어두웠지만 그 어둠 속에 느껴지는 작은 것들은 따뜻함을 자아내게 만드는 충분한 무언가가 있어서 너무도 괜찮았던 책이었다. 내가 처음 만난 이 일본작가의 다른 책들도 더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어두운 느낌의 책은 몇권이라도 읽어도 좋을 것 같다.

" 왠지는 모르지만, 나는 혼자다 하는 느낌이 자꾸 들잖아? 어느 정도의 고독은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자신 속의 비밀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그렇게 하는 것으로 이래저래 알게 되는 일도 많을 거고. 우리는 다른 인간들보다 생각하는 게 능숙해.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건 생각 하는 거야." (p.85)

 
" 그래도 너하고 나는, 뭐랄까. 언제나 한편이 되어주기로 하는 건 어때? 그때 화가 나 있더라도. 전혀 만나지 않더라도. 이를테면 둘 중 누군가가 저지른 일이 마음에 들지 않고 용서할 수 없어도 끝까지 한편이 되어주기로 한다면... 누군가 그런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살아가기가 쉽거든." (p.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