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가 놓인 방 소설, 향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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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가 놓인 방


이승우 작가는 5~6년전 ‘사랑의 생애’부터 나오는 책마다 챙겨 읽으며 개인적으로는 동경하고 탐구해보고 싶은 분이다. 이 책은 ‘생의 이면’ 부터 시작되는 이승우 작가의 예전 작품들도 찾아 읽고 싶었지만 계속 미루고 있던 와중에 만난 책이라 더 반가웠다. 



15년전의 작품이지만 멋진 디자인의 양장본은 읽고 싶은 욕구를 샘솟게 했고 예전 작가의 말과 개정판을 내며 쓴 작가의 말도 읽어볼 수 있었고 평소 개인적으로도 좋아했던 박혜진, 정여울 작가의 해설까지 더해져서 그야말로 웰메이드 개정판이었다. 


최근에 읽었던 이승우 작가의 작품들은 주로 인간과 사랑과 신에 대한 깊고 내밀한 이야기들이었는데 이 작품은 그 중에서도 사랑에 대한 탐구의 원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120페이지 분량의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나한테는 거의 500페이지 벽돌책처럼 느껴지는 밀도였고 한페이지 한페이지 쉽게 넘기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렇다고 이해가 안되거나 어렵다는 의미가 아니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소설은 어쩌면 줄거리 소개가 의미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소설의 평을 하기에는 내 수준이 많이 모자라다는 생각도 든다. ‘당신’이라는 2인칭으로 지칭되는 주인공은 멕시코 출장 중 카페에서 한 여자를 만나고 다시 마야문명 유적지에서 만나 키스의 강렬함에 사로잡힌다. 그녀는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이라는 상처에 방 한가운데 욕조를 놓아두고, 밤마다 그곳에서 자신의 상처를 불러내 어루만진다. 한국에 다시 돌아온 그는 어느 날, 지방의 H시로 발령을 받게 된 주인공은 다시 그녀를 만난다. 


곳곳에 사랑에 대한 깊은 철학적 사유가 빛을 발하는 멋진 대목들이 넘쳐난다. 한동안 사랑이란 키워드를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잊지 않았더라고 사랑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을 만나고 다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대개의 사랑이 오해(고전적인 장르의 예술에서 흔히 환상이라고 돌려서 말해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당신은 알지 못한다. 아니, 당신의 무지는 오해에 근거하고 있다. 사랑에 빠져 있다는 오해, 즉 환상이 사랑을 시작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인 오해의 정체를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물을 매듭지을 수 없다. 사랑도 물과 같아서 언제 스며들었는지 모르게 스며든다. 그들에게 사랑은 알 수 없는 것, 안다고 말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사랑의 시작과 완성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있지만 구원파적으로 있지 않고, 없지만 무신론자처럼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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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 해적들의 비밀 공부법 - 스스로 학습하고 열정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위대한 비밀
제임스 마커스 바크 지음, 전리오 옮김 / 퍼블리온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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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 해적들의 비밀 공부법


공부법에 대한 책이라지만 개인적으로는 단순한 공부법을 넘어 인생를 개척해나가는 방법, 지혜, 의지, 열정, 쟁취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책이었고 스스로 학습하고 열정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위대한 비밀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캐리비안 해적이라고 하면 조니뎁이 출연한 영화가 먼저 연상되는데 실제 그들은 자유롭고, 대담하고, 적극적이며, 스스로의 지혜에 의지하며 살았다고 한다. 저자는 그들에게 매력을 느껴 자신을 ‘캐리비안 해적 스타일의 학생’이라 부르고 자신의 공부방식을 설정한다. 스스로 선택한 것을 열정적으로 공부하며,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커리큘럼은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대담함과 지식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어디에서든 배움은 가능하다는 강렬한 메시지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박살내주고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는 사람, 기성 교육제도와 다른 교육방식에서 장점을 찾는 사람, 졸업장이나 학위, 타인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는 사람, 남다른 열정으로 평생 공부하는 사람에게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책을 읽으며 이미 무엇을 새롭게 배울 시기는 지났다는 나태한 생각에 빠졌던 평소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고 이 책의 공부법을 활용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도 샘솟았다. 저자는 실제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스스로 공부해 20세에 애플 컴퓨터 최연소 매니저가 되었고 학위도 자격증도 없지만 소프트웨어 테스트 분야의 권위자로 성공했다고 한다. 그런 그의 노하우를 이 책에서 공유하고 있다. 


캐리비안 해적 스타일의 학생은 자유로운 사고라는 배를 타고 다니며 자기가 배워야 할 커리큘럼을 스스로 만들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불굴의 탐구 정신을 발휘한다. 또한 교육기관이나 성적 시스템, 그것이 가진 공허한 영예에 복종하지 않으며 지식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관계없이 기쁘게 지식을 약탈한다.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내가 하는 일, 내가 일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하는 11가지 키워드가 인상적이었는데 적극적인 탐색부터 진짜 중요한 문제부터 파악하고 인지적 요령과 지식을 유발하는 지식, 실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 외에도 스토리는 무언가를 이해하는 방식이며 반대로 생각하면 더 나은 아이디어로 이어지기도 하고 시스템 사고를 함으로써 더욱 빠르게 학습할 수 있다는 유용한 팁도 알려준다. .


저자의 아버지 일화도 인상적이었는데 저자의 아버지는 평생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지만, 컴퓨터가 사용하는 언어를 배운다는 게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6502 어셈블리 언어 프로그래밍이라는 책을 찾아서 저자에게 보냈고 마치 한 마리의 나비처럼 가볍게 현실적인 어려움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그냥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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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N 싸인 : 별똥별이 떨어질 때
이선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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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 별똥별이 떨어질 때


K-좀비 스릴러를 표방하며 색이 사라진 세상이라는 색다른 설정이 호기심을 자극했던 책이다. 특히 개인적으로도 재밌게 봤던 스위트홈과 킹덤에서 영감을 받아 구상한 소설이라는 점도 구미가 당겼던 소설이다. 


소설은 프롤로그부터 흥미진진한 OTT 영화나 드라마의 첫장면처럼 강렬했다. 별똥별을 본 몇몇 사람들이 경험한 흑백의 세상부터 별똥별이 떨어진 후부터 기이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연쇄살인으로 보이는 사건 현장, 유튜브에서 밝혀진 사건의 비밀, 순식간에 사라진 영상, 생체 실험 의혹을 받는 병원 등은 초반부부터 소설에 몰입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전형적인 페이지터너 소설로 한참을 읽다보면 이게 소설인지 수백억 예산의 영화 시나리오인지 헷갈리지만 영화화가 안되더라도 소설 자체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었다. 그만큼 이야기의 전개가 숨막힐 정도로 흘러간다. 


범인이 궁금해지는 미스터리 같지만 독자들은 금새 인간을 자양분 삼아 증식하는 괴물 카리온의 정체를 알게된다. 하지만 갑작스레 병원에 갇힌 사람들은 정체를 알 수도 볼 수도 없는 괴물로부터 무조건 도망쳐야만 한다. 


여기서 색다른 설정의 주인공이 등장하며 흥미를 돋구는데 그건 바로 박하라는 각막 수술로 인하여 유일하게 카리온을 볼 수 있게 된 인물이다. 박하는 과연 이 병원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에 가슴을 졸이며 읽게 된다. 


그 외에도 소설 속에서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등장하고, 묘사되고 다양한 생각할 거리와 현실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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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오늘의 젊은 문학 5
문지혁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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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이제는 기다리며 챙겨 읽게 되는 ‘오늘의 젊은 문학’ 시리즈의 다섯번째 책은 문지혁 작가가 주인공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소설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를 문예지에서 읽고 알게된 작가였는데 이번 단편집으로 만나 더 반가웠다. 



다양한 지면에서 발표된 여덟편의 단편들이 엮여있고 후반부에는 문학비평가의 해설과 문지혁작가가 직접 쓴 창작노트도 실려있다. 


책을 펼치면 먼저 만나게 되는 단편 ‘다이버’는 세월호가 연상되기도 했고 다른 작품들에서도 성수대교 참사와 911테러, 일본 쓰나미, 전쟁, 코로나 등의 재난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는 공통분모가 있기도 했다. 그렇다고 블록버스터급 재난영화 같은 이야기는 아니었고 그런 큰 일들과 관련된 개인들의 이야기들이었고 그들의 마음은 어떤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서재’ 와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 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며 SF적인 요소까지 들어간 점이 흥미로웠는데 새로운 지배자들이 종이책을 금지시키고 종이책을 몰래 소유하고 읽는 저항세력들도 있다는 설정이 인상적이었다. 알고보니 이미 <비블리온>이라는 전작 장편소설과도 연관되는 이야기였고 조만간 비블리온도 찾아 읽고 싶어졌다. 


문지혁 작가의 단편들은 SF 장르적 요소가 있으면서도 여느 국내 단편소설의 문학적 감수성까지 느껴져서 즐거웠고 자신이 선호하는 이민자를 주제로 하는 소설도 몇편 있었다. 그것이 아마도 문지혁 작가만의 개성이 될 듯 했다. 


여덟편의 단편들은 인공행성에 추락한 여객기의 유족, 책을 소지한 죄로 감옥에 끌려간 아버지를 둔 아들, 전쟁이 났다는 엄마의 말에 화장실로 대피한 청소년, 아들을 잃은 후 매일 호수에 동전을 던지는 천재 수학자, 딸을 잃고 홀로 크로아티아의 섬을 찾아가는 아버지, 아내와 부하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은 한인 사업가, 논문도 소설도 도무지 풀리지 않는 유학생, 코로나 팬데믹에 마스크를 잊은 대학 강사 등의 신선한 설정들이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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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형당뇨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김미영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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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형당뇨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당뇨병에 대한 가족력이 있어 항상 조심하면서도 관련 정보나 지식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1형당뇨에 대한 책이 나와 반갑게 집어들게 되었다. 직계가족 중에서 1형당뇨인이 있으면 1형당뇨병의 상대적인 발병 위험도는 10배가량 상승한다. 다만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인종은 1형당뇨병 유병률이 0.1% 미만으로 매우 낮다. 그러므로 상대적인 위험도가 10배 상승해도 가족 중에 1형당뇨인이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만큼 가족력이라는 유전적 소인으로 평가할 때, 한국인은 2형당뇨병에 비해 1형당뇨병의 유전적 소인이 매우 낮다.


솔직히 1형 당뇨라는 단어는 처음 들어보았는데 알고보니 평소 잘못 알고 있었던 흔히 소아당뇨라고 잘못 알려진 병이었다. 이 병은 면역기능에 이상이 발행하여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이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를 공격하여 더 이상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주로 30대 이전의 성인이나 소아에게 주로 나타났기에 소아당뇨라는 잘못된 표현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런 1형당뇨에 대한 오해와 진실, 완치가 어려운 1형당뇨 질환의 관리법과 회복 등에 대한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된 책이다. 또한 단순 건강의료서적이 아닌 실제 1형당뇨 질환으로 투병하고 있는 환우와 가족들의 이야기도 생생히 전하는 책이다. 


저자는 현재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1형당뇨병에 대한 법과 제도, 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 책의 구성은 여섯개의 챕터로 이어지는데 가장 먼저 1형당뇨란 어떤 병이고 어떤 증상이 있는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정보는 무엇인지 등을 설명한다.


뒤이어 1형당뇨에 적응하며 더불어 사는 법에서는 완치가 어려운 1형당뇨 질환이 걸렸을 경우 병원 입원 중에 해야 할 일부터 치아 및 피부 관리, 소풍이나 여행할 때 준비해야 할 것 등 실생활에서 도움이 될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외에도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펌프, 인공췌장시스템 등 1혈당뇨 관리 기기에 대한 내용도 마련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똑똑하게 혈당을 관리하는 법’에 관심이 많았는데 아플 때, 운동할 때 등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혈당 관리법을 자세히 설명한다. 저자는 혈당 관리를 위해서는 APS가 필요하고 안 먹는 음식은 있어도 못 먹는 음식은 없어야 하며 안 하는 운동은 있어도 못 하는 운동은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아플 때 혈당 관리법과 아이가 주도적으로 혈당 관리를 하는 시기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1형당뇨 환우와 가족들, 의료인, 의료업체 등이 미래 의료 환경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가이드를 제시하고 한다. 1형당뇨 환우와 가족들의 생생한 투병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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